엄마는 집 같아요 누구나 그림책 1
오로레 쁘띠 지음, 고하경 옮김 / 개암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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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굉장히 고단하고 힘든 직업임을 그들의 입을 통해서도 많이 듣지만, 작품으로 미루어 짐작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부러운 부류의 작가는 그림과 글의 플레이가 둘 다 가능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학생을 돕는 교사로서는 그렇다. 텍스트로 온갖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신과 같은 이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림 한 컷으로 담고 싶은 모든 말을 압축하는 이들의 능력 또한 별세계라고 생각한다.

 

개암나무 출판사 지난번 책, <어린이가 알아야 할 음식 이야기>도 그렇지만, 프랑스 작가들과 콜라보를 활발히 진행하나 보다. 아빠, 엄마, 아이의 스푼(spoon) 자세가 너무 인상 깊은 이번 책도 프랑스 작가의 그림책이다.

 

신이 바빠서 대신 보낸 존재가 '엄마'라고 한다. 라이를 갖고 출산해서 키우는 십 년 동안 내 인생에 주인공은 라이였다. 이 아이가 내 삶의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라이의 눈에는 이런 내가 어떻게 보일까?

 

<엄마는 집 같아요>,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가 어떤지 '한 컷의 그림''한 줄의 문장'으로 구성된 책이다. 정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들만 모은 거라 공감 안 가는 것이 없다. 엄마라는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면 그냥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는 그런 책, 최근에 둘째를 갖은 M 언니에게 선물해야겠다.

 

"엄마는 분수 같아요"에서 남편이 와인과 함께 차린 간소한 식사 자리에서 모유 수유를 하는 부인에게 숟가락으로 음식을 건너는 장면이 멋졌다. 난 아이가 먼저이거나, 남편이 먼저이거나 하는 상황이 별로다. 모유를 줄 수 있는 엄마는 아이에게, 모유를 줄 수 없는 남편은 부인에게. 자기의 순서를 양보하는 모습이 찡했다.

 

"엄마는 약 같아요"는 아이가 열이 나서 잠이 들지 않는 밤을 겪어본 모든 엄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란 말이 무엇인지 그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엄마는 창문 같아요"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엄마의 몸이 이루어내는 수많은 각도와 물건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작가들의 순간 포착이 탄성을 자아내게 할 때가 있는데, 이 장면이 그랬다.

 

"엄마는 심각해요""엄마는 항상 심각하지는 않아요"는 깔깔대며 즐거웠다. 어떤 날은 안 봐주지만, 어떤 날은 허용이 되니깐.

 

엄마여서 행복한 내가 곧 엄마가 될 이들에게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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