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 - 쉽게 읽고 깊게 사유하는 지혜로운 시간 하룻밤 시리즈
토마스 아키나리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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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아키나리'의 <하룻밤에 읽는 서양철학>을 읽고 철학의 역사를 시간 순으로 차분히 정리를 해봤다. 그 결과,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니체의 '르상티망' 개념에 더 정교한 배경을 붙일 수 있었다. 책의 제목처럼, 띄엄띄엄 여러 날에 걸쳐 읽기보다는 하루에 읽는 것이 이해가 수월할 듯하다. 한 번 관통해서 읽고 나니 시간의 수직선 순으로 삼천 년의 철학의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내 착각이겠지. 사유의 대가들의 평생 이룬 업적을 내가 어찌 한 번 읽고 다 이해하겠는가? 작가도 이런 나의 수준을 미리 예상했는지, 매번 내 정신이 무너질 때마다 이 책을 곁에 두고 여러 번 읽으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비용과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고 (자길 믿어보라고) 한다. 부끄럼 타면서도 대놓고 자기 책을 선전하는 이 작가, 보통이 아니다. 

* 마르크스, Marx

 

마르크스 부분을 읽을 때, <독립서점>이나 <공방>을 생각했다. 독립출판을 지지하고, 이끌어가는 이들이 주인장의 특색을 살려 직접 독자와 만나는 공간에서는 '노동'이 의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공방도 마찬가지다. 핸드메이드 용품을 만들어 취급하는 가게에 가면 주인이 만들고 그 물건을 주인이 판다. '노동'이 개성을 유지하고 노동의 주체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 이윤은 덜 남더라도 면대 면 직접 거래로 회귀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들뢰즈, Deleuze

 

이번 책에서 최고로 값진 일은, 들뢰즈와 가타리를 만난 것이었다. 그래서 서평의 제목도 <저는 노마드 삶을 살고 있었네요>다. 이 두 학자는 파라노 Parrano와 스키조 Schizo 두 개의 개념으로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제안했다. 바로, 스키조에 머물면서 파라노는 되지 않는 것이다. 이른바 노마드 Nomad, Euronomad 인생이다.

2008년에 미국 한 달, 2012년에 캐나다 한 달, 2015년에 파라과이 삼 년, 2019년에 기러기 시작. 누가 보면 '역마살'이고, 누가 보면 '정착하지 못한 삶'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바라는 바를 스스로 개척했고, 내 선택과 정착하지 않는 삶에 만족했다. 자유롭기 위해 물건을 덜 소유하는 방법을 배웠고, 선택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자원을 아끼는 방법도 안다. 나는 노마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누군가 나의 인생을 기록한 듯한 느낌을 받는 일, 책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같은 책을 읽어도 다가오는 부분은 다들 다를 것이다. 내 안의 고민, 상황, 인생관이 다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당신에게는 어떤 철학자가 이런 기쁨을 줄지 궁금하지 않은가?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을날, 그날 하룻밤의 산책은 서양철학으로 대신하는 것은 어떠실는지.

‘도주‘는 사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욕망들을 하나의 목적으로 모으지 않고 자유롭게 희롱하는 것이다. 고정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는, 그리고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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