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것이 진보이고 역사의 숙명인가에 대한 의문부터 시작하여 멈추고자 하는 자와 더 나아가고자 하는 자들의 뺏고 뺏기는 과정들..결국 수없이 많은 사람의 피가 흐르고, 한국의 1980년 광주의 기억과 많이 닮은 1871년의 비극을 겪고나서야, 폭력과 피에 대한 요구만이 모든 구체제에 모순점에 대한 해결책이 아님을 파리 시민들은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한권으로 너무 많은 내용을 담았기에 아쉬운 점은 없지 않지만 1789년과 1871년을 중요하게 연결시키고 그 과정들의 흐름을 파악하여 기존에 가졌던 혁명에 대한 이상적이고 맹목적인 옹호론적 분위기에서 빠져나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기대 없이 읽은 소설때문에 마음에 감동을 받은 게 참 오랜만이다. 점점 정해져있는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우리 삶에서 우리가 꿈꾸고 기대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돈과 명예, 가정의 지속적인 행복? 스토너 교수는 그 어느 것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자 독자가 보기에 미련하고 답답하게 자신의 일만을 향해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다. 세상 한 귀퉁이에 잠시 몸을 누이다 조용히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그런 평범한 사람. 그런데 우리 모두는 대부분 스토너처럼 결국 그런 존재로 살다가 죽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님과 아들, 딸들도 그런 삶을 살 것이고. 무엇인가 소설에서 극적이고 기막히고 비범한 이야기들을 바랬던 우리에게 작가는 이런 평범하고 조용한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더욱 큰 감동을 안겨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35살에 읽은 이 책을 10년, 20년, 30년 후에 다시 읽었을때는 어떤 느낌일까 기대된다.
2009년부터 눈여겨 보던 책인데 지난주에 큰맘 먹고 질렀다~ 하루에 조금씩 보면 완독하는데 꽤 오래 걸릴 듯. 잘 모르는 남의 나라 비극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한국과 비슷한 역사적 경험이 많은 스페인 같아 한번 도전해보련다. 적어도 공화파=선, 우파 반군=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는 벗어난 책이라고 믿어본다.
항상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면서 미뤄두다 이제 읽기 시작...쉽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