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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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

 

내란 정국이다. 시험공부는 잘했는지 모르지만 인성은 엉망진창인 ‘괴물’들이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도대체 이 괴물들은 어떻게 탄생했단 말인가?

오늘 소개할 책은 파울 페르하에어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이다. 저자는 벨기에의 정신분석학자이다.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인간의 정체성은 환경에 달려 있다’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가?

저자는 신자유주의 사회는 ‘인간의 가장 나쁜 측면을 장려 한다’고 지적한다. 인류는 지속적인 생산력의 발전을 이루어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지만 여전히 불평등은 해소되고 있지 못하며,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졌다.

이는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는 단순한 경제이론이 아니라 훨씬 더 포괄적인 이데올로기’이며, 그 중심에는 ‘능력주의’가 놓여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사회진화론과 결합 된다. 이 둘의 목표는 ‘적자생존’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능력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부를 물려받은 자와 빚을 물려받은 자’는 출발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능력주의는 하류층에게도 받아들여진다. 페르하에어는 이 지점에서 정신분석가 답게 ‘능력주의가 전형적인 남성적, 남근주의적 경쟁의식과 완벽하게 결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가부장적 문화가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을 혐오하게 만들고, 능력주의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모든 영역으로 확장하고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서 인간 안에 내면시킨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연대감이라고 모르는 경쟁적인 개인주의자로 자란다면 이는 경쟁과 개인주의를 장려하는 교육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한다. 내란을 일으킨 괴물들과 이 괴물들을 추종, 후원하는 괴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대목이 있었다. 저자는 출세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말을 잘해야 하고, 자기 능력을 자랑해야 하고, 설득력 있게 거짓말을 잘해야 하고, 일이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어야 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꾸밀 수 있어야 하고, 때론 모험에도 뛰어들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저자는 묻는다. 이 목록은 어디서 나왔는가? 답은 사이코패스 핸드북이다. 헉! 정치인들의 거짓말, 기업인들의 거짓말, 심지어 학자, 법률가라는 자들의 곡학아세와 궤변이 난무하게 된 것은,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게 만든 사회체제, 교육체제 때문이다.

최근 법원을 폭도들이 난입하여 테러를 자행하였다. 지난 박근혜 탄핵국면에서도 폭도들이 경찰버스를 전복시키는 등 폭력행위를 하였다. 왜 이렇게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벌이는 이들이 생겨났을까? 이 또한 신자유주의 경쟁교육, 즉 능력주의(시험능력주의)의 산물이다. 페르하에어는 ‘왕따는 더 이상 학교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으며, 거의 모든 일터에서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경쟁은 ‘심도 깊은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며, 사람들은 경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불안과 절망, 실패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겪으면서 자신보다 약자에게 이를 전가하는데, 이를 전위된 공격성’이라고 설명한다. 신자유주의는 비록 몸은 어른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을 마치 ‘아이처럼 터져나오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남이 잘못되는 것을 고소해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미숙한 존재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저자는 ‘우리가 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가장 먼저 ‘만연한 냉소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다. 적지 않는 사람들이 기성정치에 환멸을 느끼면서 무기력하게 좌절하고, 무관심하게 된다. 저자는 ‘이기주의, 경재의식, 공격성이 인간 본성이듯이, 이타주의, 협력성, 연대감, 선한 의지’도 인간의 본성이기에 우리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 내는가’에 따라 인간의 정체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다. 존재방식이 의식을 규정한다.

다음 ‘소비자에 머물지 말고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치가가 공익을 실천할 의무가 있다면, 우리는 공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제안하며, ‘우리 스스로 용기를 내 권력을 행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딥 프레임을 건드려 행동을 바꾸어야’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고 싶으면 가치를 팔아야 한다’는 광고심리학의 원리를 소개하면서, ‘특정한 메시지는 그것이 깊이 뿌리내린 감정과 가치를 건드릴 때 가슴에 가장 와 닿는다’고 지적한다. 이 뿌리가 바로 딥 프레임이다. 페르하에허는 ‘지속적인 변화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며, 직관에서 나온다는 것’과 사람들이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연대는 합리적인 논리로 강요될 수 없으며, 출발은 자기배려’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이기심과는 다르다. ‘자기배려는 자신의 삶을 윤리적으로 살아가면서, 공익도 더불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란정국이 빨리 종식되길 수 많은 국민들이 바라고 있다. 그러나 내란 이후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문제의 근원이 경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라면 이를 종식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괴물을 만들어온 잘못된 시스템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시민들의 손으로 교육대전환과 사회대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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