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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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사)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이사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202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40.1%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며, 중고등학생의 30%는 평상시에도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으며, 26.6%는 우울감을 호소하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청소년 사망원인의 1위는 여전히 자살이며,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나, OECD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조사’ 결과에서 한국은 늘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청소년들의 우울감과 자살위험이 급증한 여러 요인들이 있을 것이나, 최근 주목되는 것이 인터넷 중독이다.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세대』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하이트의 주장은 아주 명쾌하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누구나 인터넷을 상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어린이·청소년의 불안과 우울과 같은 정신장애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학자답게 실증적인 데이터를 빼곡히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중독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사회적 박탈이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친구와의 대면활동 시간이 급감하였는데 이는 코로나 이전부터 발생한 현상이다. 둘째, 수면박탈이다.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 사용으로 수면의 양과 질 모두 떨어졌다. 셋째, 주의 분산이다. 하루에도 수백건씩 울리는 알람 신호로 집중력을 기르기 어렵다. 넷째, 중독이다. 게임과 소셜 미디어 앱 설계자들은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행동주의 심리학 기술을 악용하여 청소년들은 과잉 사용자로 만들었다.

하이트는 스마트폰 중독 현상도 남학생들은 여학생들 간에 양태의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남학생들은 과도하게 안전을 강조하는 흐름이 확대되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놀이활동, 모험활동, 탐험활동이 줄어들자 가상세계로 이동하면서 게임과 포르노에 빠지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이에 비해 여학생들은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는 경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하이트는 네가지 특징을 언급한다. ‘첫째,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하여 시각적 비교에 민감하다고 한다. 둘째, 공격성의 경우 남학생들이 신체적 방식으로 나타난다면, 여학생들은 다른 여학생의 관계와 평판을 해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셋째,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이 남학생보다 발달하여 다른 여학생의 불안이나 우울한 감정이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넷째, 인터넷을 악용하는 남성과 남학생들에 의해 성적 공격의 대상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인간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서 매우 긴 아동기와 사춘기를 갖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아동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적인 적응으로 이때 필요한 것은 ‘자유놀이’라고 강조한다. 놀이를 통해서 아동은 문화를 습득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킨다. 특히 인간은 권위를 갖는 사람을 따르는 권위편향, 또래와 집단의 다수의 행동을 따라 하는 동조편향을 갖는데 이는 모방을 통한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통한 상호 유대를 공고히 하게 한다. 문제는 스마트폰 사용은 이런 발달적 특징에 반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춘기는 뇌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인 동시에 성적 성숙이 시작되는 단계이며 성인기로 이어지는 과도기로, 인지, 신체, 정서 발달을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다양한 모험과 탐구활동이 꼭 필요하다. 이는 인류의 긴 진화과정에서 각 문화권마다 고유한 통과의례로 나타났는데, 최근 청소년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무차별적으로 쥐어지면서 사춘기 발달을 위한 이런 고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첫째, 정부가 청소년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둘째, 인터넷 사용 연령을 적어도 16세 이상으로 높여야 하며, 셋째, 인터넷 접속 시 나이 확인을 엄격히 해야 하며, 넷째, 학교에서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하이트는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보호’를 비판하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이 발달과정에 맞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하였다. ‘첫째, 아동들이 보호자 없이도 현실 세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방임으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둘째, 학교에서 더 많은 놀이를 장려하는 것. 셋째, 공공장소를 설계하고 조성할 때 어린이를 고려하는 것. 넷째, 직업교육과 수습 과정,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 등이다.

하이트의 제안은 최근 유럽과 북미권에서 인터넷 접속 연령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는 어떠한가? 한국의 청소년들은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으로 일상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틈을 비집고 행동심리학을 악용한 소셜 미디어와 게임 등이 청소년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문제는 이 위험에서도 계급 간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부유층들은 자녀들을 집중적으로 양육할 여건을 갖는다. 이들은 문화자본도 풍부하다. 이들 자녀들 중에는 인터넷 접속이 제한적인 구형 핸드폰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방과후 시간과 방학에는 해외여행을 포함하여 다양한 문화생활의 경험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빈곤층과 중하위층의 경우 그야말로 먹고 살기도 바쁘기에 자녀들을 잘 돌보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주말과 방학에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이들 계층의 자녀들은 마땅히 다른 놀이활동, 체험활동을 경험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중독에 쉽게 빠지게 된다.

중독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담배중독, 알콜중독, 마약중독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중독물질에 쉽게 노출되는 사회구조가 문제이다. 중독과 관련한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것은 중독물질을 차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즐거움을 얻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나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자유놀이활동, 문화예술활동, 체육활동 등에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육은 인간의 전인적인 발달을 목적으로 한다. 전인적 발달은 신체, 인지, 정서가 총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지금 어린이·청소년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스마트폰 중독이라면 우리는 이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시에 어린이·청소년의 발달에 맞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보다 과감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교육대전환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바로 이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 교육대전환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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