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추석 이야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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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정겨운 간판들, 색동저고리를 입은 솔이, 빨간 넥타이를 맨 아빠가 정종을 들고 가는 모습,

한복을 입은 엄마가 둘째를 포대기에 업은 모습.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했습니다.


예전 귀향길은 요즘처럼 KTX나 고속도로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시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길이 멀고 도로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깁니다.

하지만 그림 속 사람들의 얼굴에는 가족을 만나는 설렘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 길의 고단함조차 따뜻한 기다림으로 바뀌어 보입니다.


시골 마을의 추석은 그야말로 시끌벅적합니다.

가마솥에 밥을 짓고, 전을 부치고, 정성껏 지방을 쓰는 모습까지.

지금의 도시 아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들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설명해 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옛날에는 이렇게 했어?” 하며 호기심을 가득 드러냈습니다.



온 가족이 마당에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은 차례를 지내는 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아이들에게는 그림책 속 장면이 더욱 신기한 모양입니다.


성묘를 가는 가족, 농악대의 장단에 맞춰 마을 사람들이 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장면도 정겹습니다.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며 읽으니 책의 재미가 배가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숨은 솔이 찾기’ 놀이를 하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먼저 솔이를 찾아내려며 즐거워했습니다.

여러 인물들 사이에서 솔이네 가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작가는 그림 속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숨겨두었습니다.

글밥은 많지 않지만, 한 장면 한 장면마다 세밀한 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에게는 반가운 기억의 조각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작은 그림 하나에도 그 시절의 공기와 온기가 담겨 있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웃음이 지어집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가 어린 시절 보냈던 추석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자신이 겪었던 명절의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림책 속에서 과거와 현재, 세대와 세대가 조용히 만나는 경험이 됩니다.


이 책은 한 번 읽을 때보다 두 번, 세 번 읽을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보입니다.

그림 속에서 숨은 인물, 사물, 표정을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납니다.

그래서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솔이네 가족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추석 이야기가 됩니다.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추석,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석이 떠오릅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생생히 살아 있는 그 시절의 추석.

그 그리움과 정겨움을 정성스레 그려낸, 시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따뜻한 선물 같은 그림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제 진심 어린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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