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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연봉 - 월급쟁이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
신재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평점 :

이직이 아니라 구독하는 시대
"사장님은 절 잠시 구독하고 계신 거예요."
정년까지 한 회사를 다니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 직장은 '구독'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2022년 이후 이직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회사를 옮기지 않는 게 아니라, 옮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보다 20년 먼저 저출산을 겪은 일본에서는 이미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사람이 기업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석박사 학생이 교수를 선택하는 시대가 이미 왔듯이요.
연봉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
"얼마를 주는가"만으로는 더 이상 인재를 데려올 수 없는 시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정서적 연봉>은 화폐 연봉과 직장 행복도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데이터를 보여줍니다.
돈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이죠.
저자는 업무 자율성, 성장 기회, 심리적 안전감 등 비금전적 가치를 ’정서적 연봉‘이라는 개념으로 정량화합니다.
이것은 공기와 같아서 같은 회사의 모든 직원이 동일하게 호흡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실패할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조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라는 문장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회사에 관한 책이지만, 이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완벽주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직장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정서적 연봉을 높이는 3가지
그렇다면 정서적 연봉은 무엇으로 구성될까요? 저자는 자기결정성 이론을 바탕으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합니다.
자율성: 자신이 선택한 일을 자신이 결정한 방법으로 수행할 때 사람은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더 많은 성과를 냅니다. 절대적인 업무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일과 여가의 믹스를 자기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유능성: 업무 의미감, 성장 기회, 인정과 존중이 여기에 속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성장은 더 이상 조직 내 승진이 아닙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시장가치, 즉 몸값과 고용가능성의 상승이 진짜 성장입니다.
관계성: 상사, 동료와의 긍정적 관계 속에서 일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할 때 사람은 행복감을 느낍니다. 구글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팀을 만드는 다섯 가지 요소 중 심리적 안전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 직장인은 이직을 결심할까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이직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서적 연봉을 높이는 것입니다.
금전적 보상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정서적 연봉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마치 공기처럼 모든 직원에게 균등하게 적용됩니다. 업무의 자율성, 심리적 안전감, 업무 의미감 등은 회사의 암묵적 행동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결혼에 비유합니다. 사람들은 외모, 소득, 재산 같은 외적 조건에 끌려 결혼하지만, 그런 조건이 나빠졌다고 이혼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격 차이, 소통의 결핍, 배려와 존중의 부족 등 보이지 않았던 이유로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심리적 청구권, 즉 정서적 연봉을 높이면 이직률을 낮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기대 화폐 연봉의 감소로 인한 이직률 상승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다른 처방전
중요한 것은 모든 기업에 통하는 만능 해법은 없다는 점입니다. 기업의 성장 단계와 특성에 따라 집중해야 할 요소가 다릅니다.
성장 중인 스타트업에서는 역량 개발이 강조되는 '열정적인 문화'가 중요합니다. 반면 성숙 단계의 대기업에서는 안정성을 중시하며, 업무 자율성, 워라밸, 복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인적자본 의존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유형자산이 많은 기업에서는 업무 자율성과 워라밸에, 인적자본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서는 업무 의미감, 관계, 심리적 안전감에 집중해야 합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습니다.
'일할 맛'은 측정하기 어렵지만, 저자는 이를 정량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인사 담당자나 경영진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직장에서 불안을 느끼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그 불안의 정체를 알고 싶은 이들도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제 진심 어린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