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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나타난 곰 - 2022 화이트 레이븐스 선정작
가야 비스니엡스키 지음,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9월
평점 :

"지하철, 일, 잠." 주인공 알렉상드르의 일상을 관통하는 세 단어입니다. <뉴욕에 나타난 곰>은 이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한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화가를 꿈꾸던 소년은 어느새 "투명 인간처럼" 느끼는 직장인이 되어 있고,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주름만 세며 시간의 흐름을 확인합니다.
그런 그 앞에 어느 날, 거대한 곰이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 알렉상드르가 늘 그리던 곰돌이입니다. 곰돌이는 묻습니다.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리고 이 질문은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네가 날 좀 봐줬으면 해서 커졌지!"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알렉상드르를 위해, 곰돌이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져야 했습니다. 반대로 알렉상드르는 점점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잘 차려입은 옷 속에서, 중요한 사람인 척하는 겉모습 뒤에서 말입니다.
"언제까지 그런 척만 하면서 살 건데?" 곰돌이의 이 말은 날카롭지만 애정 어린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알렉상드르는 그리고 독자인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성찰을 시작하게 됩니다.
애착 인형이었던 여우 폭실이가 전하는 메시지도 인상깊었습니다. "소용돌이의 바닥을 쳤을 때 옆으로 튀면 흐름을 깰 수 있다"는 것. 모든 소용돌이는 약해질 때가 있고, 그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것.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조언입니다.
작가는 알렉상드르의 변화를 극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단지 기차를 타고, 걸어서, 할머니 댁에 가서 상자 속 추억을 꺼내볼 뿐입니다. 상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놀이공원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동들이 그를 "자기가 늘 되고 싶어 했던 모습에 조금은 더 가까워"지게 합니다.
놀이공원에서 곰돌이의 대사는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삶이란 건 롤러코스터와 유령의 집 사이 어딘가쯤 있는 게 아닐까?" 재밌는 것도, 무섭고 어지러운 것도 경험하면서 알아가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이야기같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잔잔하지만 강렬합니다. "삶이란 아주 사소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작은 것들이 우리를, 우리가 되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우린 그저 그걸 놓치지 않고 보기만 하면 된다."

"투명인간처럼 사는 삶"이라는 표현은 현대 도시의 직장인들에게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같은 경로를 오가며, 어느 순간 자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삶.
이 그림책은 그런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합니다. "네 자리를 채우라고."
알렉상드르가 회사를 그만둔 후 어떻게 되었는지 책은 말하지 않습니다. 해피엔딩일 수도, 더 힘든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이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즐겁게, 더 자신답게.
어린 시절의 꿈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이라면, 이 책에서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인형이 어른이 되어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며 원하는 캐릭터를 하나씩 고르기도 했습니다. 아직 회색 도시의 어른이 되지 않아서 이 이야기의 깊은 의미를 다 이해하진 못하는 것 같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알렉상드르를 응원하며 즐겁게 책을 덮는 모습을 보니 감정적으로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모든 내용은 제 진심 어린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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