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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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 같이 내일 아침에 이걸 심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주머니는 얇은 봉지 세 개를 치켜들었다. 우리가 즐겨 쌈을 싸먹던 적상추, 방울토마토 그리고 한국 고추 씨였다. 어릴적 서울에 있던 어느 고깃집에 갔을 때 내가 직감적으로 날고추를 집어 쌈장에 푹 찍어 먹어서 엄마의 탄성을 자아낸 일이있었다. 이 채소의 쓰고 매운 맛은, 고추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쌈장의 향긋하고 짭짤한 맛과 완벽하게 궁합이 맞았다. 이는 날것인 무언가가, 두 번의 죽음을 겪은 제 사촌과 재회하는것 같은 하나의 시적인 조합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옛날 옛적부터 이렇게 먹었어." 엄마는 그때 그렇게 말했다.
"아침마다 집 주변을 산책하는 거야." 아주머니가 말했다.
"식물에 물도 주면서 자라는 것도 보고."
아주머니는 현명했고 우리를 감화시켰다. 특히 겁먹은 내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주었다. 아빠가 허우적대는 동안 아주머니가 구원자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주머니는단호히 말했다. "내가 여기 있잖아." 아주머니와 함께라면 엄마가 진짜로 이 병을 극복하고 나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와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언니." 엄마가 말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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