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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결별하기
도종환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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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이 좋다. 슬픔을 간직한 사람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말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 나누어 갖지 못하더라도 덜어내 주지 못하더라도 곁에서 애써 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말을 솔직히 할 수 있다는 게 참 홀가분하다. 시집 [담쟁이] 부터 시화집, 지난 겨울에 나타난 시집 [고요로 가야겠다] 까지 도종환 시인의 글을 참 좋아한다. 이번 산문집 [상처와 결별하기] 를 읽으며 또 한번 마음이 저린다. 상처와 결별할 힘을 주는 그 저릿함은 나에게 확실한 회복이다.
오늘도 좋아하는 동네 책방에서 책을 읽는다. 산미있는 커피가 오늘 유난히 기분 좋은 이 곳. 교환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하여 책 제목도, 표지 그림도, 내용도 교환 주제인 '여름'에 어울릴 만한 책을 골라왔다. 그런데 난 그 책을 넣어두고 이 책을 전달해주고 가려고 한다. 어떤분에게 전달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이유이든 얼만큼의 크기이든 회복의 힘이 되어 줄 작은 빛이 필요한 분에게 꼭 닿으면 좋겠다. 더운 여름을 핑계삼아 에잇, 날도 더운데 그 동안 괴로웠던 아픔이나 날려버려야겠다! 하고 싶은 그런 누군가에게, 핑계라도 있어야 날려버릴텐데 그 핑계가 나타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내 상처와 슬픔을 품고 있어야만 했던 누군가에게 잔잔하게......
책의 중간쯤 [이팝나무꽃 아래서] 라는 글이 나온다. 내가 별칭으로 쓰고 있는 '이팝'이 등장하니 이 책이 더 사랑스럽고 귀하다. 글의 내용처럼 이팝나무 밑을 걸어가며 사람들의 마음이 온유해지고 많은 위로를 받는 것과 같은 그런 책이 되기를. 도종환 님은 아마 천주교 신자이신 듯 하다. 나는 불교이다. 나는 이 책을 부적처럼 들고 다닐테다. 그런 독자여도 아주 좋아하실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어느 지점에 '고요'라는 시가 등장할 것만 같았는데 마지막에 나왔다. 품고 싶은 시이다.

* 한길사(@hangilsa)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소중히 읽고 행복하게 서평을 올립니다.
#상처와결별하기#도종환#한길사#서평단#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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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
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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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보는 기후 이야기」

_유성운 지음 / 메디치미디어

'예술과 기후' 언뜻 연관 지어지지 않는다. 소제목 <기후가 빚어낸 예술의 세계>에서 궁금증이 더해지는 것은 기자로서 문화, 정치, 사회부를 거쳐 한국사학과 기후환경학을 전공한 저자에게 날씨가 아닌 기후라는 단어 쓰임이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 뒤에 연결되는 예술과 문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데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설명을 따라갈 수 있다. 중세 '대성당들의 시대'의 성당 외벽에 목을 길게 빼고 있는 괴물과 같은 형상에 기후가 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이 기후변화에 따른 역사의 과정이었음을 알려준다. 네덜란드의 풍경화에서도, 우리나라의 온돌에서도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는 역시나 기후가 연결된다는 내용이 다음 챕터를 기대하게 한다. 단어는 가볍고 명료하며, 문장은 소빙기 빙판처럼 매끄럽고 깔끔해서 지식을 얻어가는 즐거움에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기자는 다르다.
흰구름같기도 하고, 밤하늘 혜성같기도 한 이름을 가진 저자의 책 안에 아름다운 예술과 신비한 기후가 끊임없이 어어져 있다.

* 메디치미디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감사히 읽으며 즐겁게 지식을 쌓았고 서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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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에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흔들리는 선택의 순간, 나를 지키는 생각 매뉴얼
아키모토 야스타카 지음, 김슬기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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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모토 야스타카 秋元 康隆

 윤리학자이자 칸트 연구자. 독일 트리어대학교 철학과 및 일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반복되는 일상 너머 ‘존재의 목적’에 대한 근원적 갈증을 느껴 철학의 길로 들어섰다. 니혼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칸트 연구의 본고장인 독일 트리어대학교에서 세계적 석학이자 독일 칸트협회 회장을 맡은 베른트 되르플링거 Bernd Dörflinger 교수에게 사사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칸트가 남긴 실천이성의 지혜를 오늘날 우리의 삶에 맞게 다시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_ 「그 고민에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지은이 소개글 중에서

* 칸트 연구학자가 말하는 칸트의 철학이다. 인간은 많은 순간 고민하고 여러번 윤리적 갈등에 처한다. 해결을 위해 등장하는 것은 개인의 관점에 따른 판단이며, 이때 적용할 수 있는 확고한 지침을 내면에 쌓아두고 있다면 적절한 말과 행동을 취하여 어려움을 해결해나갈 것이다.
감정적 접근은 마주치는 문제를 파악하는데 그 깊이를 더해줄 수는 있겠으나 해결의 시간을 줄여주기는 어렵다. 이것은 감정이 강한 나 자신의 경험적 판단이고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 책은 지성으로 지침을 주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14번째 의문인 '근본악'에서 칸트는 '인간의 악성을 '자기 자신을 속이는 불성실함'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처음 두 단계인 나약함과 불순함에서 의도하지 않은 죄(과실)로 이어지고, 이후 자기애를 앞세운 의도적인 죄(기만)로 판정된다. 더 이상 인간의 힘으로 근절할 수 없는 뿌리깊은 악성, 근본악. 그러나 이것은 인간 존재 전체가 본질적으로 악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여전히 생각은 진행중이다.

저자는 요청한다. '칸트든, 이 책의 저자인 저든, 누구의 말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비판적 관점으로 이 책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철학을 다지는 하나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램처럼 절대 가볍게 흘려보낼 책이 아니다.

*김영사의 [감각클럽]에 참여하였습니다. 도서를 제공받아 많은 생각을 더하며 읽은 후 개인적인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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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 기상전문기자의 예측불허 인생 예보기
김세현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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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귤밭을 일구셨다. 농사를 짓는 모두가 그러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 며칠 후의 날씨, 다음달의 날씨였다. 어렸을 때 기억 중 분명히 생각나는 일이 아빠가 저녁즈음이면 항상 어딘가에 전화하여 날씨 정보를 듣던 장면이다. 나도 종종 아빠의 지시(?)로 그 곳에 전화를 걸어 자동안내되는 음성으로 우리 과수원이 위치한 지역의 날씨를 들은 뒤 아빠 엄마에게 전달하곤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1과 3이 들어가는 번호였다. 우리집 근처가 기상관측지점이기도 해서 전화로 안내받은 날씨 정보는 우리 과수원이 참고하기에 꽤 믿을만한 내용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던 어느 날 어김없이 항상 들이닥치던 태풍을 대비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고, 창문이 요동치며 점점 무서워지는 비바람소리를 들으며 아빠에게 어쩌면 좋냐 걱정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다. 수십년을 살아오며 수천번의 날씨를 겪어 온 이 지구에 사는 한 인간의 한마디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별 수 있냐..."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신 아빠는 새벽같이 비바람속을 달려 과수원으로 가신 후였다. 나에게 날씨는 이런 존재이다.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아빠 생각이 났다.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두근대기까지 했다. 책을 받아보고 앞, 뒤 책표지의 문구들과 그림에서 이 책의 유쾌함이 벌써 쏟아지고 있었다. 기상학박사가 기상전문기자가 된 후 겪게 된 '유익하고 재밌는 방송국내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표지 뒷면의 이 문구를 보고는 피식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아니, 아니 기상학박사인데 말이다. 누구보다 날씨 분석과 예측, 그에 따른 예보에 별 어려움이 없을텐데 날씨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었길래 기상학박사가 이리 힘들어했을까. 요즘 한 TV 영화방송채널이 영화제목 위에 아주 기발한 문구를 넣어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을 소개하는 이 문구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책뒷편 띠지에 인쇄되어 있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JTBC를 거쳐 KBS의 <재난방송센터> 앵커가 되기까지 그 간 이 지구의 굵직했던 날씨들이 가득 담겨져있다. 기상학박사로서 우리는 모르는 전문용어들을 쏟아내고 싶었을텐데도 역시나 기자의 역할로 그 어려운 기상의 과학적 원리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제대로 쉽게 설명해준다. 폭염, 장마, 태풍, 지진, 산불, 이상고온, 한파, 기후변화 문제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꿀벌의 이야기 등등 이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면 이제는 정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날씨 이야기. 김세현 기상전문기자는 변덕쟁이 날씨와의 썸에서 연인이 되었을까. 난 이 책이 얼마전에도 앞서 말한 TV채널에서 본 투모로우보다도 재밌었다.

* 김영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유쾌하게 읽고, 많은 정보를 얻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날씨와인터뷰하는법#기상전문기자#김영사#책추천#서평단#오늘의날씨는봄비#산불주의#투모로우보다재밌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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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집으로 간다
강성민 외 75명 지음 / 평산책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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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집으로 간다_청소년 시집』 평산책방 펴냄

경상남도 6곳 청소년회복센터 청소년 76명의 시 모음집으로 총 97편의 시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법정과 재판, 부모와 가정, 친구와 관계, 집에 대한 그리움, 다시 살아 보고 싶은 희망 등 시의 언어로 표현된 청소년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청소년 회복센터는 법원의 보호 처분을 받았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가정으로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의 제안으로 설립되었다. 단순한 법적 처벌만으로는 청소년들의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성찰에서 시작되어 방황하고 일탈했던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전문 상담을 제공하고 학업과 기술 교육을 지원해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아이들이 시인 박성우와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시로 썼고, 시인과 평산책방 책방지기는 너무나도 ‘솔직’하고 재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써내려간 아이들의 시에 큰 울림을 받게 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집을 출간하게 된다.

 보통 아이들의 시는 어른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종 아이들의 시집이 등장한다. 그리 놀라울 일도 신기할 일도 아닌데 시인과 책방지기가 이 아이들의 책을 꼭 내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는데는 그래서 조금 시간이 필요했다.

  범죄를 저지르고 법적인 처벌을 받고 있는 이들이 아무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썼다고 해도 죄가 미화될 수는 없으며 그들은 그것을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아이들일 경우에는 판단의 회로가 달라진다.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이어서 어른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봐야 한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의 행동을 온전히 아이들의 탓으로 돌리기는 매우 어려우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 어른들은 이 아이들의 마음에 정을 주고 이들이 부딪쳐야 할 앞날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과 친하지 않은 이 아이들은 시라는 것을 쓰는 것도 처음이었을테고 숨겨 두었던 감정을 꺼내는데 분명히 큰 용기를 냈을 것이다. 본인의 이름을 실명으로 기입하는 것도 아이들이 선택했다고 하니(필명을 쓴 아이도 있지만) 평생 남을 기록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글자들을 써내기가 매우 떨리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 마음을 어른으로서 다정하게 도와주고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야 하는 것이 이 사회의 어른들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필사한 아이들의 시 중 마음을 저릿하게 한 이 문장..

’나의 진심이 아빠에게 닿아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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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의 방황과 고민에 대해, 읽고 쓰는 일의 가치와 힘에 대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왜, 온 마을이 필요한지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_평산책방 책방지기의 여는 글 중에서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소중히 읽고 마음을 담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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