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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1938년 11월 제1회 조선총독상 글짓기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 일본 식민기구의 일본어 교육 강조 교육령에 따라...
1944년 열린 마지막 대회까지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인기를 얻은 작품은 제1회 학무국장상을 받은 전라남도광주북정공립심상소학교 제4학년 우수영 어린이의 <수업료>이다. 일본인 어느 심사위원의 극찬의 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어린이의 뛰어난 문장과 문학적인 깊이에 감동을 느낄 것이 분명하지만 조선인 어린이한테만 수업료를 징수하는 교육 차별 현실이 눈물나게 가슴 아프게 다가오고, 그 훌륭한 문장 속 단어 하나 하나에 울분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제1회 대회에서 일본인 심사위원이 내건 심사 목표가 '어린이다운 표현' 이라고 한다. 어린이 본인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어린이 답게.. 가장 큰 소재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이었을것이지만 그 외에도 자연, 가족, 동물, 놀이, 학교, 일상을 담은 조선인 어린이와 재조선일본인 어린이들의 '어린이다운' 글들이 가득하다. 글의 제목들은 보면' 벌레, 거미, 안개, 눈, 늦가을, 정원의 큰나무, 고향 길, 눈 내리는 아침, 돼지, 돼지를 사기까지, 서예대회, 산술고사, 전쟁놀이, 오빠의 입대, 지원병, 슬픔을 넘어서... 일제 식민시대의 조선인 아이들에게 가난과 식민지배라는 무게가 얼마나 그 아이들을 짖누르고 있었을지 지금의 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그 아이들만이 아닌 가난하지 않고 식민지배를 하는 나라의 아이들이 함께 있다. 두 나라의 어린이들이 이렇게까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가 있구나 잠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지배와 피지배 관계의 두 나라의 어린이들은 앞서 일본인 심사 위원이 말한 대로 누구 할 것 없이 '어린이다운' 어린이라는 게 글 안에 모두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대회 수상작들의 글이니 그 글 솜씨가 대단한 것이 당연한 것일 테지만 이 책에 담긴 모든 글이 글쓰는 법을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듯 놀라울뿐이고 그 시대의 풍경 속으로 한참 들어가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나는 과연 몇 살쯤이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당연히 나이의 문제가 아니겠지 깨닫는다.
어두운 시대 속에서 두 나라의 어린이들은 자기만의 빛으로 그 시간을 살아내고 또 살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의 할머니의 시대는 참 많이 슬프고 아프고 어두웠으니 마음이 깊게 저린다.
*** 을유문화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한장 한장 소중히 읽고 마음을 적어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에 감동과 반성을 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