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 기상전문기자의 예측불허 인생 예보기
김세현 지음 / 김영사 / 2026년 1월
평점 :

부모님은 아주 오래전부터 귤밭을 일구셨다. 농사를 짓는 모두가 그러하듯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 며칠 후의 날씨, 다음달의 날씨였다. 어렸을 때 기억 중 분명히 생각나는 일이 아빠가 저녁즈음이면 항상 어딘가에 전화하여 날씨 정보를 듣던 장면이다. 나도 종종 아빠의 지시(?)로 그 곳에 전화를 걸어 자동안내되는 음성으로 우리 과수원이 위치한 지역의 날씨를 들은 뒤 아빠 엄마에게 전달하곤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1과 3이 들어가는 번호였다. 우리집 근처가 기상관측지점이기도 해서 전화로 안내받은 날씨 정보는 우리 과수원이 참고하기에 꽤 믿을만한 내용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던 어느 날 어김없이 항상 들이닥치던 태풍을 대비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고, 창문이 요동치며 점점 무서워지는 비바람소리를 들으며 아빠에게 어쩌면 좋냐 걱정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다. 수십년을 살아오며 수천번의 날씨를 겪어 온 이 지구에 사는 한 인간의 한마디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별 수 있냐..."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날 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신 아빠는 새벽같이 비바람속을 달려 과수원으로 가신 후였다. 나에게 날씨는 이런 존재이다.
[날씨와 인터뷰하는 법] 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아빠 생각이 났다. 얼른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두근대기까지 했다. 책을 받아보고 앞, 뒤 책표지의 문구들과 그림에서 이 책의 유쾌함이 벌써 쏟아지고 있었다. 기상학박사가 기상전문기자가 된 후 겪게 된 '유익하고 재밌는 방송국내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표지 뒷면의 이 문구를 보고는 피식 웃음이 터질 수 밖에.

아니, 아니 기상학박사인데 말이다. 누구보다 날씨 분석과 예측, 그에 따른 예보에 별 어려움이 없을텐데 날씨가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었길래 기상학박사가 이리 힘들어했을까. 요즘 한 TV 영화방송채널이 영화제목 위에 아주 기발한 문구를 넣어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을 소개하는 이 문구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책뒷편 띠지에 인쇄되어 있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JTBC를 거쳐 KBS의 <재난방송센터> 앵커가 되기까지 그 간 이 지구의 굵직했던 날씨들이 가득 담겨져있다. 기상학박사로서 우리는 모르는 전문용어들을 쏟아내고 싶었을텐데도 역시나 기자의 역할로 그 어려운 기상의 과학적 원리를 누구나 알 수 있게 제대로 쉽게 설명해준다. 폭염, 장마, 태풍, 지진, 산불, 이상고온, 한파, 기후변화 문제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꿀벌의 이야기 등등 이 지구에 사는 인간이라면 이제는 정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날씨 이야기. 김세현 기상전문기자는 변덕쟁이 날씨와의 썸에서 연인이 되었을까. 난 이 책이 얼마전에도 앞서 말한 TV채널에서 본 투모로우보다도 재밌었다.
* 김영사의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유쾌하게 읽고, 많은 정보를 얻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씁니다.
#날씨와인터뷰하는법#기상전문기자#김영사#책추천#서평단#오늘의날씨는봄비#산불주의#투모로우보다재밌는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