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걷고 또 걷는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면 될 줄 알았는데 이삼일에 한번 열갈래 길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넌 여기로 가야 해라는 표지판이 훨씬 많다. 평지의 순례길이면 그래도 슬프진 않을텐데 하루 하루 다카르 랠리였다. 죽음의 랠리 길을 어찌어찌 살아내왔다 생각했는데 돌아볼 여유가 생길때쯤 뒤를 살펴보니 못해낼 것 없는 순례길이었다. 그렇게 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으로 향하고 있다.김나리 작가의 첫에세이 '삶은 그렇게 납작하지 않아요'는 나를 그렇게 산티아고로 향하게 했다. 그렇게 납작하지 않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는 학교를 열번 옮겨야 했고 이건 겨우 납작하지 않은 삶의 시작일 뿐이다. 아, 물론 이 책에 산티아고는 등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