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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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만 느낌이 들어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말해왔듯이 정말 단편을 즐기지 않는다.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느낌만으로 책을 고르고 읽는 걸 좋아해서 이 책이 단편인지도 몰랐다.
심지어 3번째 단편에 이르러서야 이 책이 단편선이란걸 알게된 것을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닮아 있어서일 것이다.
불안하고 외로운 시대의 청춘들.
청춘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무 자르듯 경계화시킬순 없겠지만 내 청춘(20대까지라고 해보자)은 어땠는지 돌아보면. 나 역시 그때는 온전치 못한 불투명한 미래로 숱한 고민의 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상황의 청춘에게 위로받기도 하고, 기분좋게 술 한잔 털어내며 또 다른 날을 기약하는. 명쾌한 것은 하나도 없고 불완전 그 자체인 나날이었지만 그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가 더 아름답고 애뜻하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고 꿈꿀 수 있었던 그때가. 소설속 등장하는 청춘들도 그때의 나같다. 그래서 그 시대를 지나고 있는 청춘이나, 지나온 늦청춘의 이들이나 나와 닮은 인물들을 보며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겠지.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는 것 아닐까.
어쩌면 가면을 쓰고 서로를 대하는 사람 대 사람보다 소설속에서 적나라하게 온 감정을 드러낸 인물들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얻게 되는지도 모른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중국에서 참새가 농사를 망친다고 참새죽이기 운동을 했는데 그 방법인즉슨, 참새가 어디에도 내려앉지 못하게 쫓고 또 쫓고.. 결국 계속 날다가 힘이 빠져 떨어져 죽게 한 것이 발없는 새 떨어뜨리기라고. 주인공은 집이 없는 우리들 역시 참새같다며,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우리가 바로 그 참새라고 이야기 한다.
“같이 살자는 말을 할 수 없다면 자주 보자는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저 너머 어딘가와 이곳 어딘가의 사이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우리의 감정을 조심스럽게 다루고 싶었다. 우정의 색깔이 다양하다는 것은 사랑이 하나의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과 같다. 언제쯤 어디에 발을 내릴지 모른다는것은. 일단 발을 내려야 그다음을 떠올릴 수 있을테니까.”

-연희동의 밤
얼마전에 연희동에 가서 한잔 하기도 했지만 연희동이란 동네가 주는 묘한 애잔함이 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두 자매는 연희동의 술집을 돌아다니며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두 자매의 대화속에서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같이 그 대화에 섞인 기분으로 읽어나갔다.
“왜 다른 사람이 신청한 노래는 그럴듯하게 들리고 내가 신청한 노래는 덜 멋지게 들리는 걸까?”
“아마도 내 마음속에선 그보다 아름다운 노래이기 때문이겠지. 뭐든 그렇잖아. 마음속에서 꺼내어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순간 갑자기 초라해 보이잖아. 분명히 그보단 아름다웠는데. 그래서 나는 사람들 앞에 소중한 걸 꺼내놓지 않아.”

나이가 든다고 해서 완전해지고 완벽해지고 행복하리라는 보장도 없는데 그때는 왜이렇게 청춘이라는 것이 버겁고 어딘가에 정착하고 돈을 버는 어른이 되면 모든것이 해결될 것 같았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결국 아프니까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라는걸. 완전하고 완벽한 삶은 결코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소박한 것에 행복과 감사를 느끼며 사는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완벽을 쫓는 삶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책속의 그들처럼 내게 힘들때 덤덤하게 어깨를 내어주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사람들, 술 한잔 털어내며 함께 울고 웃어줄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또한 난 발디딜 곳 있는 참새임에 더욱 감사함을 느끼며 위안을 받아 본다.

많은 이들이 나처럼 책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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