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이름에는 이야기가 있다 - 생각보다 인간적인 학명의 세계
스티븐 허드 지음, 에밀리 댐스트라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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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한 줄 평: 이름이 생기는 순간 이야기가 생긴다! 

생물의 이름으로 사유하는 인문학 도서

동식물 도감만큼 흥미로운 '이름 짓기'에 관한 이야기••


18세기의 스웨덴 식물학자인 칼 폰 린네 이후, 

길고 복잡했던 종의 이름은 오로지 식별을 위한 짧은 라벨로서 기능하게 된다.


린네의 명명법은 학명이 종을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을 벗어나면서 모든 것을 이름으로 지칭할 수 있게 되는데,

가령 히틀러의 딱정벌레를 뜻하는 ‘아놉탈무스 히틀러리’처럼 말이다.

어쩌다 딱정벌레에게 히틀러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과학자, 즉 명명자와 학명의 흥미로운 상관관계에는 역시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생물의 이름이 붙여진 유래담을 넘어, 

인간이 지은 생물의 이름이 나타내고 있는 여러 의미 속에서 역사와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고 사유할 수 있다.


‘그리핀도르의 모자 거미’, ‘데이비드 보위의 거미’등 재미난 학명을 보면 알 수 있듯, 학명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늘 합리성을 띄는 것도 아니다.


정치가의 이름을 따와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어필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넣거나, 

생물의 특징과 타인의 이름을 연상하게끔 하여 상대방을 향한 개인적 감정이나 심하면 모욕, 혐오감까지 표현해내기도 한다. 물론 학명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그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잘 알려진 ‘금강초롱’의 경우는 일제강점기 조선 총독부 소속 식물학자에 의해 발견되어 일본어 학명을 갖게 됐으나 선취권의 법칙 때문에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이때, 과학자의 가치관이 나와 대치될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학명을 외면하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다, 우선 그 이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동식물의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명명자의 가치관을 한 번 거쳐서 다시 생각해보고 잊어서는 안 될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과학자가 동식물을 발견하고 이름 짓는 데에 있어 토착민의 공여와 간단치 않은 관습 문제라든지,

여성 과학자의 진보의 발자국이라든지 그 행간을 읽어내는 것이 사유하는 우리의 역할인 듯하다.

학명이 생물학적 특징을 분리함으로써 실용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사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세상에 살아가는 것들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 '너는 왜 스펄링의 달팽이야?’라고 물을 때 그 이야기의 포문이 열릴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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