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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1년 7월
평점 :
한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호승 시인이 등단한 지 올해로 50주년이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 시선집에는 시인의 275편의 시가 차곡히 실려있다.
작품이 발표된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어서 1부에서 7부까지 시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문학 평론가와 시인 등 전문가를 통한 시 해석도 시선집 내에 담겨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시선집을 읽으며, 문득 시인의 역할을 떠올렸다.
시는 무엇일까.
그럴듯하게 갖다 붙인 말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가려진 부분을 포착해서 복잡하지 않은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문인의 길이라면, 정호승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정호승 시인의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어렵게 살아가는 소외 계층과 억압 받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80년대를 지나오며 군사 정권 시대 속에서 겪었던 암담함과 가혹한 상처도 이야기한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들에 시선을 향하면서 ‘가장 낮은 곳에 다다르지 못’했음을 반성을 하고 죄의식을 갖는 시인의 자세는 윤동주 시인이 말한 부끄러움을 생각나게 했다.
약자의 편을 서는 것이 시인의 역할이라면, 시를 읽는 독자들은 덩달아 아픈 마음을 가지게 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봄길> 중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산산조각> 중
절망 속에서도 존재하는 희망을 보여주는 시인의 시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를 한 편씩 읽어 나가며 삭막한 세상에서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약한 것을 향한 시선을 가지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시 속 ‘개망초꽃’, ‘쑥부쟁이’, ‘오랑캐꽃’등의 풀들의 이름과 ‘봉래극장’, ‘염천교’, ‘낙산사’등 가보지 못한 장소들을 읽어내리며 마음 속으로 상상하게 되고 냄새가 그려지기도 했다.
정호승 시인의 펴내는 말처럼 누구나 마음 속에는 시가 가득 깃들어 있으니
시선집에 실린 시를 찬찬히 읽으며
나와 날 둘러싼 세상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