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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회 - 왜 우리는 삶에서 고통을 추방하는가 ㅣ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고통 없는 사회>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김영사
고통스러운 상황이 회피되는 사회, 행복하라는 말이 새로운 지배가 된 사회.
나쁜 게 나쁜 거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고통은 과연 회피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번 책의 키워드는 ‘고통’이다. 타자의 침투는 고통을 허용하고 그 고통은 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요즘, 과연 절대적 안정의 추구만이 나를 아껴주는 길인지 의문스럽다.
고통을 회피하고 부정하는 분위기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본문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체제는 트라우마조차 성과 향상을 위한 촉매로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에 꽤 순종하는 듯하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문제를 다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이 종종 있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만 단일적으로 파악한다면 더 많은 서사가 나오기 힘들어진다. 분명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과 논쟁은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러나 번거로운 고통이 발생할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지배 체제의 일시적인 처방에 길들여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를 극단적으로 개인화할 때 문제가 제대로 인식될 확률 또한 낮아질 것이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고통스럽게 지배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원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행복하라는 말에도 거기에는 어떤 정치적 장치가 숨겨져 있는지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통이 부정되는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삶을 빈약하게 만들고 어디서 문제가 기인했는지도 알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고통 속에서 나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통이 이야기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하다. 정말 그러한지 이 책을 통해 잠시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