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T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무라카미 T>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김영사.

무라카미 하루키가 모은 티셔츠에 담긴 이야기는 무얼까.

모르는 새 쌓인 티셔츠에도 깃든 서사가 있다. 

에세이 한 편을 다 읽고 나니 왠지 작가와 수다를 떠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서랍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잠시 떠올리게 만들었던, 그 정도의 여유가 담긴 작품이다.

작가의 노년의 일상을 가볍게 엿보는 것 같은 편안함이 들었다, 

근데 왜 하필 티셔츠에 대한 이야기일까. 

 책 머리 中, ‘딱히 물건을 모으는 데 흥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새 이런저런 물건이 모이는 것이 내 인생의 모티프 같다,’

거창한 이유가 없어서 좋다. 

티셔츠에 그려진 그림 이야기에서, 레코드 가게와 밴드와 히어로, 이국에서 하루키가 곁들여 마셨던 위스키 이야기까지. 티셔츠 하나로 (물론 티셔츠의 개수는 아주 많지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선선한 여름밤에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숨돌릴 겸 부담없이 읽기 좋은 에세이다. 여기서 어떤 철학적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은 작품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잠시 버리긴 아깝고 입긴 애매한, 옷장 속에 억울하게 쳐박힌 내 티셔츠에 고개를 돌려 거기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내게 되묻게 된다. 꼭 티셔츠가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알게 모르게 내가 모아왔던 것은 무엇일까. 우연과도 같은 사소한 것에서 이야기는 출발하므로.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