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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 '나를 벗겨줘'에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옷에 대한 사람의 심리같은
것들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 중 한 에피소드가 바로 클로에와 릴라의 얘기다.
청소년시기를 보내고 있는 클로에와 릴라는 서로 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클로에가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클로에는 릴라와 같은 부류의 그룹(통칭 hot)처럼
비싸기로 유명한 옷들을 즐겨 입는 애들과는 다른 뮤지션 스타일과 불건전한 신비
주의적 매력을 지향하는 자신과 친구들 같은 고딕 스타일을 즐기게 된다. 이런 식
으로 스타일의 옷차림이 그룹 내 동일한 지표가 되고, 같은 방식으로 개인적 동일
화의 수단으로 각자의 몸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러는 사이 결국 클로에와 릴라
의 우정은 틀어지고 만다.
나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떠한 사정으로 1년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했었다.
그리고 1년 후 내가 다시 학교에 돌아왔을 때 초등학생 때는 아디다스니, 나이키니 듣기
도 보지도 못했던 것들이 중학생이 되서는 그런 것들이 대화의 중심이 되었고, 초등학생
때는 꾸미는 것이 뭔지도 몰랐던 친구들이 중학생이 되서는 꾸미지 않는 것이 뭔지 모르
게 된 것이다. 사람이란 자고로 말 한 마디씩이라도 주고 받아야 친해지는 것인데, 도저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들만 나누는 친구들과 나의 사이엔 어느 새 투명한 막이 하나
생긴 것이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일년동안 내심 맘 속에서 품고 있던 학교에 대한 기대
라는 것이 무너졌던 순간이었다. 최대한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친구들이 말하는 아디
다스니, 나이키니 무조건 엄마를 쫄라 사모아 결국엔 겨우 그 투명한 막을 깨버릴 수 있었
다. 물론 완전하게 깨버린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평소에 그저 천조각일 뿐이라고 생각했
던 옷이 한참 청소년시기인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대인관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는 것 대화의 중요 소재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엔 또 다른 에피소드는 바로 쇼핑중독에 걸린 셀린의 이야기다.
셀린은 처음에는 입어보기도 하고, 가격대를 보기도 하면서 꼼꼼하게 옷을 골랐지만 맘에
드는 옷이 없었다. 그래서 다른 가게에 가 계속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지났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옷을 찾지 못하고, 해는 저물어 가고,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자 셀린은 가게에 들어가 옷을 입어보지도 않은 채 옷을 샀다. 마지막 가게문이
닫힌 후 셀린은 우울함과 피로함을 느끼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내가 아는 친구도 셀린과 같이 약간 쇼핑중독이 있는 것 같아 한 번 얘기해본다.
친구는 평소 이쁜 얼굴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때부터 많은 남자아이들에게서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학생이 되서는 자기 언니와 함께 새벽 3,4시
가 되도록 인터넷 쇼핑을 하고는 몇십만원어치의 옷을 사기도 하며 자신의 외모를 더욱
가꾸곤 했다.
물론 나도 인터넷에서 이쁜 옷이나 이쁜 신발, 귀여운 책갈피 혹은 맛있는 과자나 재밌는 책 같은 것들을 보게 되게 되면 마우스
포인트는 저절로 구입 버튼을 누를 때도 있다. 또 거리에서 이쁜 옷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발이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어쩔 수 없는 여자의 본능이 아닌가 한다. 자신을 꾸미려고 하는 여자의 본능!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