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TV에서 괴테가 '파우스트' 이 한 작품을 쓰기 위해

반평생을 들였다는 CF를 본 적이 있었다.

그 광고를 보고 느낀 게

'반평생 걸려 쓴 작품은 과연 어떤 느낌을 나에게 줄까?'

그 다음에는 바로 도서관에 가 파우스트를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 날 밤의 거짓말'을 읽을 때와 웬지는 모르지만 파우스트가

생각났다. 둘 다 오래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서 그런가?

아니다, 둘 다 오래 전에 쓰여져서가 아니다.

 

이야기는 콜라도 인가푸라는 남작과 살림베니라는 자칭 시인,

아제실라오라는 군인과 나르시스라는 학생이 반왕정 시위를

하다 감옥에 잡혀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감옥의 사령관은 이들 넷에게 배반을 통해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들은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하루를 '사라진 발자국'이라는

방에서 보내게 된다. 그런데 방 안에는 이미 한명의

또 다른 죄수가 있었다. 그는'치릴로 수도사'로 악명 높은 악당이다.

그 역시 마지막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라진 발자국에 있게 된 것이다.

네 사람과 치릴로 수도사는 마지막 하루를 어떻게 보낼 건지 고민하고,

수도사는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들에게의 고백을 제의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고백을 하기 시작한다.

 

이 책의 특징은 책 중간중간에 참으로 많은 주석이 달려 있다는 거였다.

또한 주석을 보니 작가는 글 곳곳에서 오페라, 소설 등에서 나오는 말들을

많이 인용했다.

가령, 살림베니가 눈 앞의 죽음을 우울해하고 있는 나르시스에게 말을

하는데...

< " 오 페도네, 이 머리가 곧 잘리겠구나." >

갑자기 페도네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나와 깜짝 놀라 밑의 주석을

보니 소크라테스가 제자 페도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제수알도 부팔리노는 얼마나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길래

소크라테스가 제자에게 한 말까지 알고 있는 걸까?

 

또한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역사소설인 것 같기도 하다. 부르봉 왕가 등 중간중간에

역사책에서 나오는 단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옮김이는 이 책은

역사소설이 아니라고 한다. 아, 또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까지 있다.

그래도 가끔씩 작가의 재치에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책의 머리부분에 4명의 죄수들을 소개 부분이 있다. 그 중에 사령관이

이런 말을 한다.

 

< 휘갈겨 읽을 수 없는 글씨를 따라가다 사령관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서기 녀석 아주 간사하군."하고 소리치며 생각했다. - 생략 -

자유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힌 건 아니지만 턱에 수염을 기른 걸 보면 이자도

냄새가 난단 말이야....">

 

한 마디로 '그 날 밤의 거짓말'은 어려운 오페라, 소설 들의 인용구가 있으며,

별로 들어보지도 못한 이탈리아의 역사가 섞여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

까지 들어있는 머리 아프게 하는 책이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평소 궁금해하는

'존재의 불안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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