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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소월에서 박준까지, 우울한 시인과 유쾌한 검사가 고른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
류근.진혜원 엮음 / 해냄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창시절 나는 문학소녀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만 좋아했다.
책 읽기를 싫어해서 시집을 좋아했다.
시집을 읽으면 긴여운이 남았고,
나 또한 시 쓰기를 즐겨했더랬다.
했더랬다....
결혼하고, 시를 잃어버린것 같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래서였을까..
나의 감정 또한 사막화가 되어가는
몽골의 사막처럼 건조해진것 같다. 그때부터..
그러다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펼치게되었다.
나에게로 온 한권의 시집
"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우리나라 극강의 서정시를 모아놓은
그야말로 인생시집 ★
시집의 소개글 처럼
" 당신에게 시가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에는
우리가 모르는 시는 없다. 다만 잊고 사는 것일 뿐.
사실 요즘 피곤했다. 삶이 왜이리 힘들까.
나름 정리한다고 해서 정리했는데 왜 힘들까.
그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아,, 시를 잊고 살았기 때문일수도 있겠다.
어떤 시들이 들어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한장한장
천천히 호흡하며 읽어내려갔다.
한장한장 넘길때 마다 무언가모를
피곤한 현실을 잊게해주는 마음의 평안과
위로가 찾아오는 것을 느꼈다.
인생시 가득담긴 책을 읽는 순간만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것 같았다.
학창시절 시험을 칠 때면
시안에 들어있는 의미, 형식을 찾아야했기에
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시인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예전에 알고 있던 시인임에도 다르게 읽어졌다.
시인의 시대에 대한 고난이 느껴지기도 했고,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게 진짜 시를 읽는 사람의 자세이구나.
문제를 풀기위한 시가 아닌
시를 보기 위해 시를 읽으니
시에서 감정이 느껴지고, 그림이 그려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시를 읽었던 것일까.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무언가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를 뜨겁게 하는 무언가 되고 싶다.
아래의 시 처럼..
밥
귀떨어진 개다리소박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지켰어야 할 약속과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 장석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