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통일식당 개성밥상 - 고려의 맛과 멋이 담긴
정혜경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통일식당 개성밥상은
북한 실향민의 딸인 교수님께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쓰셨다고 한다.
개성의 문화는 곧 고려의 문화이다.
개성이 500년간 고려의 수도였는데
음식은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다.
고려의 왕실 사람들과 귀족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그들이 누린 최고의 음식 문화가 탄생했으며
고려청자가 만들어지고 최고의 문화가 꽃 피었다.
개성은 지역의 특성상
바다와 적절한 산, 너른 평야를 가진 곳으로
육,해,공의 모든 음식재료가 풍부했다.
풍요로운 땅에서 난 풍요로운 식재료로 만든
풍요로운 음식 그것이 개성음식이다.
개성은 다양한 재료로 젓갈을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새로 담근 새우젓은
개성음식의 밑받침이 되었다.
개성 음식의 감칠맛 비결은 바로 새우젓의
발효미로부터 유래되었다.
개성음식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개성상인들의 배경으로
넉넉하고 여유롭게 발전할 수 있었다.
또한 고려의 지배한 종교는 불교였기에
불교의 채식문화와 정교한 차 문화의 영향 또한
널리 퍼졌으며 차와 함께 먹는 차과자가 발달했다.
두부요리와 술 제조법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개성 음식의 화려함은
고려 기방 음식 문화의 발달에도 영향을 받았다.
고려에는 특정 신분층에 지정된 음식을 금지하는 등
고려 시대에는 음식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계급적 위치를 나타냄과 동시에 집단을 구별해 주는 역할도 하였다.
김치의 체계가 잡혀
오늘날 우리가 먹는 김치의 전통이 확립되었다.
또한 식물성 식재료를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
기름과 향신료를 이용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사용빈도는 늘어났다.
불교의 영향으로 채식문화가 발달했지만
고려 후기에 몽골의 침략으로 인해 몽고와 국교를 맺고,
원제국과의 활발한 국제교류로
몽고뿐만 아니라 원의 영향도 많이 받아
고기를 사용한 음식 또한 발달하게 된다.
우리가 지금 즐기는 순대를 비롯한 육류 요리법은
원으로부터 페르시아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이 책에는 고려와 개성 사람들의 음식뿐만 아니라
차 이야기, 술 문화, 식기에 대해 고문헌을 통해
또한 그 당시 음식문화를 기록한
이규보와 목은의 수필과 노래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전통음식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옛 문호들의
음식에 대해 써 내려간 시와 노래를 읊조리노라면
소박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으니
나 또한 써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옛 자연 그대로의 종자에서 태어난 야채와 과일 맛은
어떠했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이 책은 즐거운 상상을 만들어 준다.
고문헌과 개성음식을 소개한 소설에 나온
레시피를 상세히 소개하는데 꼭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에서 슴슴한 개성의 맛이
맛없다 느껴질 수 있지만, 재료의 멋과 맛을 살린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한 요리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문인 이규보에게 전하는 밥상]
정갈한 밥상, 아욱국, 꿩찜, 게장, 오이선, 가지요리, 무짱아찌,
동치미, 송이산적, 봉래주
[목은 이색을 위한 유학자 밥상]
팥죽, 백면, 토란요리, 두부전골, 물김치, 청어요리,
백설기와 찹쌀밥, 죽엽주
[황진의 다채로운 기방 밥상]
고기구이, 열구자탕, 개성무찜, 홍해산,
보김치, 냉면, 구절판, 개성경단, 개성약과,
우메기, 가향주
[쌍화점에서 즐기는 쌍화 차림]
개성상화, 개성절창, 면법, 소주
[소설가 박완서를 위한 고향 밥상]
조랭이 떡국, 국밥, 호박김치찌개, 개성나물,
제육편육, 그이장, 개성장땡이, 인삼정과,
식혜, 과다, 다식, 인삼주, 개성밥상
뿌리는 참 중요하다.
사람에게나 식물에게나 동물에게나
우리는 이름의 성으로 그 뿌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식물은 뿌리가 썩으면 죽고 만다.
동물도 식물도 종자를 중요시 여긴다.
하지만 우리가 현대 먹고 있는 음식은 어떤가?
뿌리가 불분명하다.
일제의 잔재는 우리 음식문화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일본 음식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 뿌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곧 정체성을 뜻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옛 음식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책들을
음식을 하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펼치게 된 책들이었다.
누군가에게 온화한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어려운 시기에 책을 내놓으셨다는
교수님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