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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은 없다
조일훈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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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1/4 쯤 읽다가 이 책의 저자가 누구인지 다시 살펴보았다. 난 삼성의 홍보부에서 쓴 줄 알았다. 추측컨대 저자는 서울대 비상경학과(적어도 경제학과는 아닌)를 졸업하고 경제신문기자가 되어 3년 동안 삼성을 출입한 후 썼을 것이다. 왜 적어도 경제학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썼냐면, 나 같은 얼치기 경제학도였던 사람도 금융과 산업 자본의 결합에 대한 폐해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 한 기업에 국한되어 현상을 분석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경제제도 및 주기를 분석하여 볼 때 (저자가 말하듯)정부의 입법안이 말도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은 완전히 무시하고 예전에는 이런 정책이라서 이런 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라 해놓고서 이제는 왜 법을 바꿔서 범법자를 만드느냐고 한다면 ‘법은 경직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에 맞도록 고쳐나가면서 적용하는 것이다’ 라고 대답해 주겠다. 법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는 여전히 도둑질 했을 때 손이 잘리는 국가에 살고 있을 것이다.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는 선진 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저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왜 그런지는 경제학 교수에게 다시 물어보라. 분명한 것은 경제 환경이 7,80년대와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조건 규모를 키워서 잘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삼성이란 그룹은 하나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의 일부로써 존재한다. 우리나라 경제와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거시적 관점에서 삼성의 현 상황을 해석하길 바랬는데, 기자들이 쓴 책은 항상 현상에 국한되어 버린다.

 책을 읽으면 문장마다 주장이 강해서 재미있긴 하지만 체계와 논리는 실종되었다.

 1장은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 2장은 삼성에 대한 자랑(삼성이 얼마나 좋은 기업인가) 3장은 이건희의 대단함 4장은 이회장의 주변인물들 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을 통해 삼성이 그렇게 나쁜 기업이 아니며, 설령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 할지라도 이 회장 만한 경영자는 없다 라는 논리를 펴고 있으며 2장을 통해서 삼성이 우리 경제에 얼마나 도움되는가, 얼마나 합리적인 조직인가, 얼마나 직원들에 대한 대우를 잘하는가를 보여 주며 3장은 이건희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 4장 주변 인물들 역시 대단하다 그러므로 삼성은 대단한 기업이므로 우리는 이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 결론 짓는다.

 1장을 보면서 저자는 서울대 출신이면서 경제학도는 아니다. 그리고 기자임을 확신 했으며,

 특히 2, 3장을 보면서 이건 삼성 홍보실에서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으니 타인의 입을 빌려 알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 그리고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서도 일부는 긍정하나, 다수는 부정한다. 긍정하는 일부마저 좀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술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1. 담배자판기 이야기

  과거 완료형과 현재완료진행형을 구분하지 못한 예시이다. 담배를 피운 것은 과거완료이고 담배자판기는 현재완료진행형이다. 과거에 완료된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 불가능한 것이며 현재에도 진행 중인 것은 처벌가능하다는 뜻이다.

 2. 이상한 논리

  계열사간의 순환출자고리를 끊으라고 한다고 해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당장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실계열사에 지원을 함으로써 우량계열사까지 부실화시키는 것을 막으려는 순전히 자본주의적 요구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이회장의 경영권을 빼앗으려고 하는 것처럼, 그 사람 아니고서는 삼성이 이만큼 크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그의 능력을 인정한다. 다만 위의 문제는 삼성의 그토록 원하는 자본주의 수호에서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일 뿐이다.

 애버랜드의 CB발행건은 꼭 짚고 넘어가야 겠다. 나는 이재용이 상속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피땀 흘려 키운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다만 정당하게 세금 다 내고 물려줘야 한다.

 그리고 삼성카드와 삼성 자동차의 예를 들었는데,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고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삼성카드의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 이유라면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 빅딜은 왜 거부했을까. 우리 나라 경제를 생각한다면 자동차 부문엔 진출해서도 안되며, 부실기업을 만들었다면 삼성카드처럼 책임지고 빅딜을 수용해야 했을 것이다. 입맛에 당기면 국가 경제를 생각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거부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생각하는 기업의 태도인가.

 나 역시 참여연대를 감정적으로 좋아하지 않으며, 엄밀히 말해서 그들은 철저한 자본주의 수호자 이다. 기업과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집단인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삼성 죽이기 라고 해봐야 손가락질만 받을 뿐이다. 이회장의 말처럼 여론을 떠난 기업은 성장할 수 없으며 생명력을 잃는다. 도덕성이 기업의 요건이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이 기업에게 도덕성을 요구한다면, 적어도 국민을 등에 업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그것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평소에 삼성이 비도덕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내가 반대의 의견을 듣고 얼마나 감화될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주장이 듣고 싶었다.

 나는 삼성이 기업 이상의 존재로 가치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 얼마 전 황우석이 한참 성공할 때 황우석=국익=이건희 라는 중앙일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런 무지막지한 물타기는 제발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주장을 떠나서 책을 평가하더라도, 빈약한 문장, 비체계화, 논리의 비약으로 좋은 책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과도한 주장남발로 재미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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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0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