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론 입문 - 해석학에서 문화과학으로 문명공동연구 5
아힘 가이젠한스뤼케 지음, 박배형 외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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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론 입문: 해석학에서 문화과학으로』는 근현대 서양 인문학의 흐름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개론서이다. 책을 마주하고 받은 첫 인상은 역시 훌륭한 대학 교재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방대한 분량을 한정된 지면 안에서 아우르는 기획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문학이론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려는 독자에게는 기초를 탄탄하게 다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더불어 근현대 미학의 기초부터 해석학과 구조주의, 해체주의, 담론분석까지의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길이 열릴 수도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문장은 간결하고 깔끔하며 글 역시도 이해하기 쉽게 쓰이고 번역되었다. 그러나 철학적 개념어들이 상세한 설명 없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전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깨알 같은 글씨로도 17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차지하는 참고문헌을 보면 저자가 이 책에 얼마나 정성과 공을 들였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서론에서 우선 문학의 체계적 정의가 불가능함을 밝히고, 문학이론이 새롭게 발견될 필요성을 제시한다. 2장은 칸트에서 시작된 근대미학의 정초를 따라 헤겔의 관념론적 미학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니체와 프로이트, 하이데거로 이어지는 흐름을 엮어, 근대 예술의 이성과의 관계에서 이탈하여 '태고의 근원적 계기'로 돌아가려는 경향에 주목한다. 이어서 마르크스의 영향권에 있었던 학자들로 루카치와 벤야민, 아도르노가 소개되는데, 이 세 학자들은 예술과 사회의 연관 속에서 예술의 자율성과 개별성을 매개하려는 각기 상이한 시도를 보였다. 3장은 슐라이어마허부터 가다머 등의 저명한 이론가들을 거쳐, 해석에 내재한 권위와 폭력성을 지적하는 현대 이론가들의 흐름을 살펴본다. 4장에서 저자는 구조주의 문학이론을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언어학과의 긴밀한 연관을 되짚으며 구조주의적 틀을 갖춘 정신분석학까지 나아간다.

어떻게 문학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을까?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문학의 '좋은' 해석은 어떤 것인가? 어떤 접근법이 가장 깊이 있고 흥미롭게 느껴지는가? 지난 근현대 문학이론을 검토하는 이 기획을 따라가면서 독자가 해야 할 몫은 어떤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의 독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사유들에서 더 나아가 자신만의 비판적인 의식과 시선을 갖추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 저자가 일관적으로 책에서 제시하는 자신의 말은, "문학에 궁극적인 답이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인문학의 가장 기초적이고 본질적이면서도 중요한 특징이 틀림없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이 거대한 근현대 문학이론의 연대기를 끝맺는다. "궁극적 정초라는 학문의 요청을 문학이 고집스럽게 거부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문학의 불요불굴한 시의성을 지켜줄 것이다. 문학이론의 과제는 자신과 문학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주는 데 있으며, 바로 이 자유로운 공간이야말로 언어의 시적 기능을 신비화하지 않으면서도 문예학의 정당성 상실을 막아주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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