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빅체인지 7 - 미래학자 최윤식의 팬데믹 이후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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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 최윤식의 엔데믹 시대를 전망하는 책 <엔데믹 빅체인지 7>가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엔데믹 시대에 일어날 변화를 7개의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변혁, 글리드락, 스탠딩 웨이브, 파에톤의 추락, 신대항해 시대, 생존학습, 3무 가 그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용어도 있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단어를 자신의 주장으로 차용한 것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가깝게는 지금부터 2024년까지 일어날 변화를, 나아가 조금 더 먼 미래에 그 변화가 미칠 영향까지 예견하고 있다. 그가 내세운 키워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유사 용어와의 비교, 그 용어의 시작점이 된 역사와 신화까지 배경설명을 먼저 한다. 또한 한국사회의 상황도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현재 자신의 직업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7개의 키워드 중에 몇몇은 분명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런 책의 리뷰를 쓸 땐 여지없이 딜레마에 빠진다. 저자가 제시한 키워드 설명 위주로 쓰자니 온라인 서점 출판사 리뷰에 이미 친절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기가 꺾인다. 그대로 베껴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키워드 요약을 하자니 출판사 리뷰 내용에 못 미칠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래학자의 주장에 비판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나 일천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그래서 목차 순서대로 용어 설명을 하는 리뷰보다는 내 느낌 위주의 글을 쓰려고 한다.


미래학자의 눈을 빌어 세계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어 유익하고 즐거운 독서시간이 되었다. 5~7장에서 다룬 내용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을 환기시켜 주었다. 특히 6생존학습을 읽으며 100세 시대를 대비해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미래 사회의 변화는 성인 교육시장의 꽃을 피우고 있다. 예전에는 만학도의 꿈을 이루거나 은퇴 후 취미생활을 위해 학습을 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해 학습하고 있다. 저자는 성인이 생존학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일자리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100~120세까지 생존해야 하는 시대가 되면서 80~90세까지는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오싹했다. 80될 때까지 일해야 한다는 건 형벌처럼 느껴졌다. 이제 은퇴라는 말은 쓸 수 없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었다.


일자리 전쟁 외에도 시대가 급변하면서 실용지식의 수명이 짧아진 것도 이유라고 했다. 이제는 노동자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려면 최소 5년마다 새로운 실용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며 앞으로 자신의 재능, 기술, 지식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경쟁해야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의미다. 나는 이번에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고민을 좀 했지만 결국 이전에 하던 일을 하게 되었다. 10여년 넘게 했던 일이었기에 경력자로 인정은 받았지만 의기소침과 다행이라는 감정이 교차하여 씁쓸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고 결국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하던 일로 복귀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 일을 몇 년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저자가 인용한 여러 통계 중 미래에 사라질 직업군에 지금 나의 일이 해당되니 말이다. 두 달간 소속 회사의 업무를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단 생각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긴장하게 되었다.


7장의 키워드 3 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내는 세 가지였다. 무기력, 무관심, 무의미. 저자는 옥스퍼드대학의 폴 콜리어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했는데 충분히 공감할 내용이었다. 그의 눈에 비친 현재 한국 자본주의는 대중을 빈곤에서 구하는 정상 궤도를 이탈해 고장난 상태라고 했다. 그렇게 평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족 붕괴로 인한 낮은 출산율, 청년 취업난, 커지는 빈부격차와 사회 갈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가족과 기업, 국가 단위 모두가 공동체 보다는 개인 쪽으로 중심이 쏠리는 현상과 좌우파 정부를 가리지 않는 이념주의와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기승을 부리면서 나타났다고 했다. 저자는 콜리어 교수의 해결방안도 함께 인용했다.


p.236


그는 개인, 기업, 국가가 번영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공유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상호호혜적 의무를 발휘하면서 실용적 전략을 따라 함께 생산성을 높이면 자본주의는 따뜻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의 노동(생산) 행위도 돈 버는 수단을 넘어 자존감을 키우고 내면의 자아를 실현하는 행위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위 내용은 저자가 6장에서 언급한 일하는 목적의 변화와 비슷했다. 노동을 최소한의 의식주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자기가 추구하는 목적을 따라 행할 수 있는 탐색의 여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흐름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 일하는 자유를 선호하는 개인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6,7장의 내용을 먼저 쓴 이유가 있다. 생존학습과 3무는 나의 상황에 대입하면서 읽었고, 1~5장까지의 내용은 배우는 입장으로 읽었기에 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전쟁이 미치는 세계적 영향과 변수에 대한 예견은 공부하듯 읽었고 흥미진진했다.


나머지 내용들은 아래 간략하게 정리만 한다.

 

1장 변혁

변혁의 뜻은 가죽 자체를 변화 시킨다는 뜻으로 형질이나 유형을 완전히 탈바꿈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혁신들이 쌓이는 시간이었지만 이후에는 겹겹이 쌓인 혁신을 기반으로 변혁이라는 다음 단계 이동이 시작될 것이다. 변혁은 판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여러 사례 중에서 산업 간 경계 파괴로 기업 비즈니스 구조 자체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업으로 쿠팡을 꼽았다. 쿠팡은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개발에 직접 뛰어들어 강제적 경계 파괴를 통한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했다.


2장 그리드락

그리드락(gridlock)은 본래 교차로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이 뒤엉켜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는 마비상황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제정세의 교착상태를 위한 용어로 가져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치 판의 교착상태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추가로 만들어질 교착도 있다.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비슷한 대우를 원하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약소국들은 스스로 힘을 키우지 않으면 주변 강재국들의 먹잇감이 되고 안보와 국익을 침탈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군비 증강을 서두르고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거나 모두 믿지 않는 불신에 빠질 것이다.


3장 스탠딩 웨이브

고속 주행시 타이어 접지부에 열이 축적되어 접지부 뒤쪽이 부풀어 물결처럼 주름이 접히는 현상(파상)이다. 변혁의 초기에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계 파괴, 용해, 혼돈과 무질서 상태에서 일어나는 변형과 뜨거운 열기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 스탠딩 웨이브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류전체가 공멸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주행속도를 늦추고 타이어 공기압을 10~30% 높여야 한다. 중앙은행이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급격하게 끓어오르는 물가를 식히려고 기준금리를 인상하여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일종의 스탠딩 웨이브 현상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다.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막지 못하면 전 세계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내몰리게 된다. 국제정치의 교착, 국내 정치의 교착을 해결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은 빠진 공기압을 다시 채워 넣는 행위와 같다.


4장 파에톤의 추락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오판과 자기 과신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파에톤의 행위와 비교하여 예측 시나리오를 썼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불러올 투자시장의 대폭락은 결국 세계경제는 파에톤의 추락이 되고 말 것이다. 부의 불균형 분배는 약탈사회가 될 것이며 국민이 참지 못해 들고 일어날 수 있다. 이 때 현명하고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나타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면 사호는 곧로 안정되지만 국민을 편 가르고 자기의 정치적 이익에 이용하는 나쁜 정치인이 늘어나면 사회는 내전상태에 빠진다. 파에톤의 추락의 밑바닥이다.


5장 신대항해 시대

4차 산업혁명기를 신대항해 시대로 비유한다. 새로운 대항해 시대 전반부의 승자산업은 7가지다. 개인용 자율주행 수송 장치 산업,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 인공지능 로봇 산업, 반도체 산업, 인공지능 서비스 산업, 온톨로지 플랫폼 산업, 도시서비스 산업이다. 신대항해 시대에 새로운 화폐경제의 씨앗으로 암호화폐를 주목한다.



팬데믹 시대에서 엔데믹 시대로 넘어가는 이 시기에 불투명하고 불안한 미래(의 각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위 리뷰눈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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