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한 권의 힘 - 읽고 쓰고 만드는 그림책 수업의 모든 것
이현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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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빌리버블!

나는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현아라는 젊디 젊은 선생님이 어쩜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낼 수 있었을까? 일선 초등학교 교사의 그림책 수업이야기라는 이 책의 소개를 보고 강승숙 선생님을 떠올렸다. 10여 년 전인가, <선생님, 우리 그림책 읽어요!>에서 강승숙 선생님은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그림책을 읽었는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책을 읽으며 학교 현장에 이런 선생님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더랬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 둘, 초등학교 생활 동안 만난 12명의 선생님 중 그런 선생님은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단 한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 일기에 신경을 많이 썼고, 학년말에 아이들 일기와 글을 모아 문집을 만들어 주었다. 진짜 12명의 교사 중 한 명만 그랬다. 물론 그림책 수업을 한 선생님은 없었고. 그림책 수업을 하지 않은 선생님들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이 얼마나 바쁘고 교사의 잡무가 너무 많다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마음을 돌보고 창의적 수업을 하려고 애쓰는 교사들은 분명 있다.

 

이 리뷰 첫 문장에서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이현아 선생님의 활동들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강승숙 선생님의 책 이후 10년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0년만에 이현아 선생님은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그야말로 그림책 수업에서 일취월장한 것이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같이 읽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현재는 어엿한 독립출판사 도서출판 통로도 운영하고 있다.

 

<그림책 한 권의 힘>에는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수업을 어떻게 해왔는지 그 방법과 그림책을 직접 만든 사례들, 출판까지 직접 한 경험, 나아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가서 재능기부를 한 사례까지 점층적으로 확장되는 저자의 활약의 끝은 어디인가 계속 놀라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좋은 수업은 다른 선생님들도 시도해 보도록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교사직무연수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보는 인기수업이라고 한다. 현재는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를 결성해 전국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을 너머 직접 창작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든 이현아 선생님은 ‘educate(교육)’의 어원을 충실히 이행하는 교사임에 틀림없다. 그림책 창작활동을 통해 아이들 내면에 잠재된 어떤 것을 밖으로 인도해 냈으니 말이다. 교육, 교육자라는 원뜻에 부합하는 교사를 직접 보는 것은 정말이지 드문 일이다. 나는 사실 이런 사례 위주의 책은 시니컬하게 읽는 편이다. 저자가 겪은 사례들 중 좋은 것만 추려서 상품화를 위해 예쁘게 포장 한 것이라고 일단 전제하고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한미화, 강승숙 선생님처럼 그림책으로 현장에서 수업한 사람들의 책을 읽어왔고, 그림책 심리, 그림책 활용등, 그림책 관련 책을 몇 년 사이에 꽤 읽어왔기에, ‘이 책은 또 그림책으로 어떤 수업을 했다는 건지 어디 한번 보자!’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놀라웠다. 그림책이 왜 좋은지, 왜 그림책으로 수업해야하는지 같은 밑밥 깔기는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될만큼 쌓여진 좋은 수업 사례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처음부터 아이들의 뱉은 날 것 그대로의 문장에서 전해오는 시적 감각으로 시작한다.

눈물을 매일 먹어봐서 아는데 눈물은 로션 맛이라는 아이의 사연이 가늠이 되는가.

 

아빠가 돌아가셨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집에 오니, 엄마가

라면을 끓여 주셨다.

라면이 짜다.

 

라는 시를 쓴 아이의 은유가 놀랍지 않은가. 이 사례들은 겨우 시작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랑질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것 같은 저자도 있지만 이현아 선생님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본인의 역할이 분명 컸음에도 불구하고, 책속에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자랑으로 들리지 않았으며 아이들의 눈부신 변화, 결과물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그것은 분명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이 훌륭해서이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의 글쓰기 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또 있다. 다양한 관심 분야와 폭넓은 배경지식이 그림책 얘기에 더해져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림책 이론서나 세계 유수의 그림책을 끌어오는 거야 이 책의 주제가 그림책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명화, 음악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끌어와 절묘하게 그 챕터의 소주제와 연결해냈다. 그는 자신에게 있는 구슬들을 절묘하게 꿸 줄 아는 사람이고 이런 완성도 높은 글을 읽으면 독자는 즐겁다.

 

이 책은 일선 선생님들이 읽고 직접 현장에서 활용해보면 좋겠다. 적극적인 선생님이라면 좋그연에 동참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은 학부모들에게는 많은 그림책을 소개해 준다. 것도 검증된 그림책으로. 교사처럼 수업을 하거나 그림책을 만들어 볼 순 없겠지만, 좋은 그림책을 소개받고 아이와 같이 읽으며 서로 대화해 볼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다. 누가 또 아는가. 이 책에 동기부여 받아서 엄마와 아이가 같이 그림책 만들었다는 책이 나올지...

 

오늘 리뷰는 내가 느낀 감탄 위주로 썼다. 단점이 있는데 숨겼단 뜻이 아니다. 오랜만에 그저 다 좋기만 한 책을 만났다. 그러니 좋은 점만 썼다.

 

아래는 이 책에 소개된 어린이 창작 그림책 중 몇 권이다. 책에 이미 훌륭한 이유가 있으니 내가 더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QR코드 확인하면 무료로 전자책을 볼 수도 있게 만들어 두었다.

 

아래는 <파란 파도>라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 것인데 어쩜 이렇게 개성적인 표현들을 하는지 대단했다

  

 

 

 

그동안 그림책 관련된 첵 제법 읽어왔기에 이 책에 소개하는 책은 대부분 다 알거라고 예상했는데 대단한 착각이었다. 판형이나 책장 넘기는 방향이 독특한 아래 그림책 중 아는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부록조차 이렇게 알찬 책, 또 처음이다. 그림책 제작방법과 그림책 리스트에 그림책 창작 수업 20차시 프로그램까지!

 

 

학교 현장에 이현아 선생님같은 교사만 있다면 무슨 걱정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제 공교육에 거는 기대는 없다고들 한다. 스승님이라고 부를 교사가 없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만난 선생님을 떠올려 봐도 이현아 선생님같은 열정적인 교사는 없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밭에 버려진 썩은 호박도 한 줌의 흙과 햇빛이 있으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자신은 한 줌의 흙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발 아래 흩어진 파편들을 묵묵히 줍는 선생님들은 분명 있으며 그들을 만나 희열을 느낀다고도 했다. 교실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이 피어날 수 있으며 아이들이 피워낸 이 작은 그림책을 통해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 이 책을 통해 그 알토란같은 열매들을 보며 희망도 같이 보았습니다. 그림책의 마법 같은 힘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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