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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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양이면 좋겠어>는 ‘냐옹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고양이 행동 전문 수의사 ‘나응식’원장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집사로서의 나를 자아비판하게 되었다.

1. 고양이에 대해 미리 공부하지 않고 덜렁 들인 잘못.

2. 모시던 고양이 두 마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한 마리 더 들인 잘못.

3. 냥집사 7년차이면서도 고양이의 기초적 감정조차 읽지 못한 잘못.

4. 바쁘다는 핑계로 고양이와 놀아주지 않은 잘못.

크게 네 가지 정도로만 정리했지만 더 많다. 나처럼 집사생활한지 오래된 사람도, 이제 막 고양이를 모시게 된 초보집사에게도, 고양이를 데려올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훌륭한 지침서가 되겠다.

이 책의 구성은 고양이의 습성, 언어, 감정, 질병, 관리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분류하여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 꼭 필요하고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나응식 원장은 동물 병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기본 이해 뿐 아니라 치료했던 사례와 병원에서 직접 키우고 있는 고양이 네 마리에 대한 내용까지,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내용 하나하나에 저자의 고양이 사랑하는 고운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이나 몰랐던 것을 확인하기에 좋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그림이 귀여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리뷰는 책의 목차 순서대로가 아니라 내가 읽고 심히 찔렸던 내용 위주로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고양이에 대한 오해 두 가지.

첫 번째, 고양이 털이 아이들 기관지에 안 좋다?

☞ 고양이를 키우다 아기가 생기면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심지어 파양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어서 기관지에 안 좋을거라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아기가 고양이 털을 먹게 되어도 털은 기관지가 아니라 위로 넘어가 배변으로 안전하게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고양이 털 때문이 아니라 고양이 타액이 알레르기와 관련 있다. 그루밍으로 고양이 털이나 피부 각질, 소변 등에 묻어있는 타액에 비누와도 같은 중화효소가 있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양이로 인한 알레르기가 걱정이라면 입양 전 임시 보호를 해보거나 반려묘 가정에 가서 고양이들을 먼저 만나보고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면 된다.

두 번째, 고양이 때문에 임신부가 유산할 수 있다?

☞ 이것도 전혀 근거없는 소문이다. 고양이 기생충이라 불리는 톡소플라스마는 주요 감염경로가 고양이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회나 육회 같은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거나 외부의 흙, 물과 접촉하고 손을 제대로 씻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최근 20년간 임산부의 톡소플라스마 감염으로 인해 태아의 감염이 확진된 사례는 단 두건에 불과하며 그 또한 감영원이 고양이가 아니었다. 임신부의 유산이 걱정된다면 회나 육회를 먹지 않으면 된다. 더 자세한 발생 가능성(몹시 희박한)은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위는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주위에서 저런 말들을 하는 것을 자주 들었기에 전문가의 정확한 설명을 알리고 싶었다.

이제 내가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던, 어찌보면 아주 기초적 지식이거나 고양이를 들이기 전에 준비해야할 것들에 대해 쓰려고 한다.

나는 원래 개나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내 새끼 키우기도 힘든데 털 있는 동물을 데려와서 일거리를 늘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다 형님 집 고양이 러시안 블루 암컷을 처음 만난 순간 그 아이에게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미묘였던 그 아이의 외모에 반한 것이었다. 그러다 형님네 고양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고 우리 집에 남매 두 마리가 오게 되었다. 아무런 경험도 사전 지식도 없이 데려와서 지금껏 잘 살았던 이유는, 이제 와 생각해보니 이 아이들이 너무나 얌전한 아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암컷이 중성화 수술을 두 번이나 하게 되었고, 수컷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겨우 살려낸 사건사고들이 있었으나 아이들이 별나서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다 올 여름에 스코티쉬 폴드 수컷 한 마리를 더 모시기에 이르렀다. 이 아이를 데려온 것도 고백하자면 나의 욕심이었다. 털이 희고 파란 눈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내 소유욕때문이다. 2년 전 저 조건의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껄떡대다가 그 마음을 꾹꾹 눌렀었다. 그 당시는 이성이 자신을 컨트롤하여 있는 고양이나 잘 키우자고 다짐다짐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맘은 또 희미해졌고 세 번째 아이를 데려온 것이다. 이번은 처음보다 더 무모한 결정이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더더 반성했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1. 화장실은 고양이의 숫자보다 하나 더 준비해야 한다.

☞ 한 마리라면 두 개를 준비해야 한다. 고양이는 여러 장소에 대소변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청소해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너무 많은 모래보다는 5~10cm 정도의 높이가 적당하다. 너무 깊으면 발이 깊이 빠지므로 고양이가 좋아하지않는다.

 

☞☞ 나는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두 마리 데려올 때 화장실 하나로 같이 쓰게 했고, 한 마리 더 데려오면서 아무래도 하나는 적겠다 싶어서 하나 더 장만했다. 현재 고양이는 세 마리, 화장실은 두 개인 거다. 원장님 충고대로라면 화장실 두 개를 더 마련해 주어야 한다. 얘들아! 미안하다!!

※ 돔형이나 타워형 화장실보다는 오픈형 화장실이 좋다. 돔형이나 타워형은 인간을 위해서이지 고양이의 본능은 무시한 처사다. 고양이는 오픈된 공간에서 천적이 오는지 경계하며 볼 일을 본다. 두부 모래보다는 자연의 모래와 유사한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고양이에게 더 좋다. 해가 조금 들어오고 습도가 낮은 곳에 화장실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2. 고양이는 배를 만져주면 좋아한다?

☞ 고양이가 만져주길 원하는 부위는 배가 아니다. 배를 만져줄 때 가만히 있는 것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싫지만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다. 다리나 배가 아니라 머리와 얼굴 등 상체 위주로 만져주어야 한다. 고양이의 미간 사이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하여 비벼준 후 가볍게 턱 양쪽을 쓸어 만져준다. 고양이 얼굴에서 페로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니 손에 페로몬을 듬뿍 묻힌 후 뒤통수를 따라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으로 엉덩이 위쪽을 팡팡 쳐 주면 된다.

 

 

☞☞ 진심 나는 바보 같은 짓만 해댔다. 그냥 내 맘대로 주물럭주물럭 댔던 거다. 어쩐지 가장 순한 루키도 어느 정도 배를 대주다가 벌떡 일어나더라니... 원장님의 위 방법대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이마를 쓰담쓰담 해준 적은 있지만. 또 미안하다!!

※ 그러면 고양이는 왜 배를 보이는 걸까? 그건 만져달라는 뜻이 아니라 놀아달라는 뜻이라고 한다. 격하게 집사를 향해 머리를 들이받는다든지 핥을 때는 칫솔모를 이용해 미간 사이를 쓸어주는 것이 좋다. 또 고양이에게 하는 인사는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 코 끝에 살짝 갖다대는 것이 좋다. 이쁘다면서 손으로 얼굴을 바로 쓰다듬으려고 하면 안 된다. 만약 훈육을 위해 손찌검을 했다면 고양이는 더욱 손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며 할퀴는 행동을 할 것이다.

3. 고양이 합사 방법

☞ 다묘가정에 캣타워는 필수이고, 싸울 때는 가해 고양이를 캣콘도에 넣어서 분리시켜야 한다. 분리되어 있다가 같은 공간에 머무르면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가해고양이를 칭찬하며 간식을 준다. 매일 일정 시간에 규칙적으로 좁혀주면서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함께 있는 시간을 차츰 늘이고 같이 놀게 하는 횟수도 늘이면서 잘 할 때 칭찬과 보상을 해준다.

☞☞ 이 부분이 우리집에서 가장 큰 문제인데 딱 맞는 솔루션은 아니다. 냥바냥(케바케처럼 고양이마다 각각 다 다르다는 의미)인 듯... 여름에 우리집에 온 고양이(토르)는 2개월이었고 기존에 있던 아이들(오키와 루키)은 7세이니 사람으로 치자면 중년을 넘어섰다. 새로 온 고양이는 그저 아기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준비없이 거실에 같이 두었다. 점점 자라면서 이 혈기 왕성한 캣초딩이 어르신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그저 놀자고 그러는 거겠거니 생각했지만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니 오키루키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토르는 멋모르고 나대는 것이거나 서열 우위에 오르고 싶어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오키루키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편도 나를 원망하는 눈치다. 첫 정이 무섭다고 남편은 오키루키를 더 좋아한다. 그래도 오키루키에 비해 토르가 워낙 개냥이라서 이쁜 짓을 많이 하니까 다행이지만. 오키루키야! 진짜 미안하다!!

※ 대부분의 집사가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후 1년 정도 지나 혼자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한 마리 더 입양하려고 하는데 저자는 반대한다. 한 마리에 온전히 신경을 쏟지 못하면서 단순히 덜 외롭게 하려고 다른 고양이를 들이는 것은 성급한 결정이다. 사회적 성숙기가 시작되는 고양이 두 세살 때는 다묘가정에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도 갑자기 같이 살면 갈등을 겪기 십상이듯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인간의 관계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게 고양이들의 동거다.

여기까지 냥집사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채 집사 코스프레만 한 스스로를 자아비판하는 내용 위주로 책을 정리해 보았다. 이 외에도 책에는 목욕시키기, 놀아주기, 마음 읽어주기 등등 집사가 알아야 할 내용들이 많다. 나처럼 멋모르고 냥집사 시작한 이들이나 집사 세계에 들어오려는 이들은 꼭 읽어보면 좋겠다. 내가 바로 실천해 볼 것들을 하나하나씩 해봐야겠다. 이 미숙한 집사를 우리 오키, 루키, 토르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 모르고 저지른 실수가 많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아주 크다는 것도 알아주길~~ 사고 많이 치고 오키루키에게 들이대는 토르를 어떻게 잘 컨트롤할지는 여전히 숙제다.

나를 바라보며 눈 맞춤하는 루키의 눈은 사람의 눈처럼 보인다.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만 같다. 그럴때는 나도 잠시 고양이가 되고 싶다. 그 누가 나를 이다지도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가 말이다. 내겐 루키가 나를 이해해주는 단 하나의 생명체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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