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본기 김교수
김교수 지음 / 그린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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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일본의 경제조치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본에 대해 알고자 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일본의 식민지배 및 독도영유권 주장, 일본군 성노예 문제나 강제 징용문제까지.

 

 

“대체 일본은 자신들도 손해 볼 게 뻔한데 왜 자충수를 두는가?”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답이 하나 둘 책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교수가 현 시국 관련 책을 두 권 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고, 일본 관련 책은 <국화와 칼> <축소지향의 일본인> 두 권을 읽었지만 너무 옛날 책이라 현 아베정권에 대한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나도 현 일본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9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롯본기 김교수>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궁금한 게 생기면 바로바로 유튜브 검색을 한다는데 나는 책을 골랐다. 영상보다는 활자에 익숙한 나는 아무래도 옛날 사람인가보다.ㅎㅎ

 

 

저자인 김교수는 오랜 기간 일본에 거주하며 일본의 상황을 한국에 알리고 있었는데 최근 사태를 보고 출간을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 소개에서 그는 “일본의 추악한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했고, 그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받아내는 그날까지 우리 국민이 한마음으로 싸워나가길 바란다” 고 밝혔다. 유튜에도 책 제목과 동일한 <롯본기 김교수>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일본을 철저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일본이 아름답고 친절한 선진국이라는 이미지만 주입받았다."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다.

내 개인적 경험으로도 일본은 우리가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선진국이고 국민들이 예의바르며 친절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한 이미지는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기억조차 없지만 그렇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때 침착하게 줄을 서서 배급을 받는 일본인들을 보며 역시 질서정연한 사람들이라며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그리 선망한 것은 아니라 별로 접한 것이 없다. 다만 영화나 책으로 접한 일본의 이미지도 앞서 말한 것과 유사하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영화나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에니메이션을 보며 일본을 서정적이고 잔잔한 나라, 문화적으로 우수한 나라라고 인식하고 있다. 책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어봤다. 최근에 서평단 활동을 하며 다른 일본 작가들의 책도 접하게 되었으나 우리나라 문화와 크게 이질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상태는 자못 심각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내용들이었다. 저자가 일본에서 오래 살며 지켜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쓴 것이니 사실이겠지만 놀랍긴 놀라웠다.

 

 

저자는 PART 1에서 일본이 세계 최악인 것들을 통계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본이 얼마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나라인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 전 세계에서 정신병원 수가 가장 많은 나라! → 등록 병원 중 12%가 정신 병원이며, - 전 세계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5분의 1(18.6%)가 일본인이다. 즉 전 세계 정신질환 환자 5명 중 1명이 일본인이다.

- 반려동물 살처분 세계 1위 → 안락사가 아닌 살처분으로 한 해에 개 10만 마리, 고양이 20만 마리가 살처분되고 있다.

- 가사분담 하지 않는 남편 비율 세계 1위 → 일본 남편 5명 중 4명은 가사와 육아를 거의 아내에게 맡기고 있다.

- 농약 사용량 세계1위 → 미국의 20배에 달하는 농약 사용

- 수돗물 염소 사용량 세계 1위 → 독일에 비해 30배 이상의 염소 사용

 

 

 

이 외에도 일본인에게만 있다고 평가한 정신질환의 종류, 우리나라보다 훨씬 낙후된 여러 가지 인프라로 인해 살기 힘든 불편함, 통계로 확인하는 도박 천국 일본, 세계 최하위 여성 인권, 일본 취업의 진실 등등.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들이 모두 사실인지 아닌지 독자로서 하나하나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이 책의 경우, 비판적 읽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선입견에 금이 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좋은 방향에서 나쁜 방향으로. 그렇다면 이런 책을 읽고 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미디어에서 만나는 일본 관련 기사들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여러 종류를 비교해봐야겠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을, 일본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해야 하겠다.

 

 

PART 2의 제목은 "NO NO JAPAN 아베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다. 이 파트에서는 아베 집권이후 일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분야별로 소개한다. 이것은 결국 일본이 몰락의 길로 갈 수밖에 없으며 이미 어떤 식으로 망해가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 신호탄으로 우리나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꼽고 있다. 그 중에서 관광산업의 경우를 보자.

 

 

일본은 도쿄올림픽이 올리는 내년에 관광객수가 4000만명이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여 관광산업을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지방 소도시에까지 관광업에 적극 투자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일본 관광객수는 연간 700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일본여행 보이콧 이후 그 숫자는 급감했다.

 

 

아래는 책 내용이 아니라 10월 17일자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로 최신 자료이다.

 

일본 정부관광국(JNTO)은 지난 9월 방일 한국인 관광객 수가 20만1200명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달(47만9733명)에 비해 58.1% 감소했다. 2014년 5월(19만5263명)이후 5년4개월만의 최저치다.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 수출규제가 시작된 7월(56만1700명)과 비교해선 64.2%줄었다. 월별 한국인 일본 방문객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것도 2015년 6월(25만1504명) 후 4년3개월 만이다.

 

실제 대마도의 경우 관광업 종사자들은 거의 개점휴업상태라서 울상을 짓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일본여행 보이콧이 지속되면서 일본 지방도시의 관광업 종사자들이 아베 정권을 향해 심판의 칼을 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가 바라본 무기력함에 빠진 일본인들이, 정부의 얼토당토 않는 지시를 곧이곧대로 따른다는 일본인들이 과연 아베를 제대로 심판할지는 모르겠다. 저자의 시각대로라면 일본인들은 별 저항없이 망하면 망하는대로 어찌어찌 살아갈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베의 정치가 자신의 생계에 직격탄을 날려,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졌는데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하다. 저자의 예측대로 아베정권이 실각하게 될지, 그대로 이어갈지 지켜보아야 하겠다.

 

 

어느 나라나 국민들이 살기 힘든 것은 잘못된 정치 때문임을 일본의 사례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일본에서 그들을 계속 지켜본 저자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가장 만만하게 보며 아예 을로 생각하고 행동해 왔다며 역사적인 여러 사례를 들어 밝히고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절대 사과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강제로 받아내야만 한다고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불매운동, 일본 여행 보이콧은 그 시작일 뿐이다. 아베와 같이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으로 ‘일본 때리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아베와 그 하수인들의 욕망으로 시작된 경제보복 조치로 우리나라가 받은 피해에 대한 아베 정권의 진정한 사과, 역사적 문제에 대한 진정성 느껴지는 사죄와 배상 그리고 아베 정권의 사퇴를 통해 비정상적인 독재 정권은 차혹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권선징악의 정의를 일본 국민에게 보여줘야 정상적이고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랐던 건 일본의 혐한태도이다. 방송이나 책은물론 혐한 시위까지 우리나라를 극도로 싫어하는 일본에게 정말 할말을 잃었다. 당한 우리가 혐일을 해야지 저들이 왜?? 저자는 이러한 현상은 아베집권이후 더 심각해졌다고 말한다. 여러 분야별 사례들을 책에서 확인할수 있는데, 저자가 '현대판 이완용'이라고 네이밍한 '오선화'라는 사람을 보자. 호스테스 출신 한국 여성이 일본 우익쪽 손님에게 발탁되어 학력과 이력을 모두 세탁한 후 교수로 활동중이다. 그녀가 혐한 강의를 들어보니 죄다 거짓임에도 일본인들은 환호한다고 한다. 혐한하는 일본인의 앞잡이 노릇을 당당하게 하며 살고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서두에서도 밝혔듯 책 내용의 사실여부를 독자로서 검증하기는 힘들지만 그동안 가졌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기엔 충분했다. 혹 확인하고 싶다면 다른 책들로 교차검증하는 수고로움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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