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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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후로 줄곧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세븐틴,세븐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영의 악의 기원> <3차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그리고 이번 <번외>까지 7편을 6여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써냈다.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더이상 읽을 수가 없다. 그는 2016년 9월에 유명을 달리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출간된 작품 <번외>를 읽었다. 책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159쪽에 불과하다. 작가가 장편소설로 쓰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망했는데 출판사에서 정리하며 작가의 의도대로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둔 것일까? 궁금하지만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짧은 분량인데 장편소설이라고 한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명고라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이다. 사고 1주년 추도식후 하룻동안에 일어난 주인공의 일상이 줄거리다. 주인공은 제목처럼 1년 동안 '번외'의 삶을 살았다. 누구나 알아봐주고 뭘해도 열외로 취급하고, 있으나 없는듯 혹은 특별취급을 받았으니, 당사자는 자신이 번외라고 여겼다.

그는 계속 궁금해 한다. 있으나 마나 한 인생도 살 가치가 있는건지? 똥 치는 문제 때문에 염소이길 바라는 할아버지를 보며 '고귀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지? 정말 자신은 죽은 이들을 대신해 덤으로 사는 것인지? 못생긴 벌레가 너무나 살고 싶어하는게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절했을 때 누군가 구조해 준다면 보게 될 자신의 신분증에 써놓은 당부글을 보며 '되게 살고 싶어한다니까'라며 자조한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할법한 실존에 대한 질문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의 고뇌는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건(우리나라에서 총기 사건)의 생존자라서 결이 다르다. 범인의 살인 의도는 전혀 서술되지 않고, 주인공은 형식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정보밖에 없기에 1년간 그가 겪은 고통이 어떠할지 독자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친구는 죽고 구조되어 살아난 아이들의 고통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짐작 정도를 할 수있을 뿐이다. 허나 이 소설은 그 사건전에 쓰여진 것이라 하니 인간실존을 다룰 소재로 이런 사건을 생각해 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맨홀> 마지막에서도 그랬듯 주인공은 굴러가던 공을 따라가다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 두 주인공 모두 갈 길을 잃어버린 청소년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책의 마지막, 신기루 같은 모래가 아른거리는 길위에 선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차도 한복판에서 배구공이 유혹하고 있다. "이리 오라"고... 독자에 따라 다른 결말을 그릴듯 하다. 충격적 사건이 있은 후 1년이 지나도록 괴로워하던 소년이 취할 행동은 공을 따라 차도로 들어설 수도 있고 공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도 있다.
나는 상상해본다. 그 배구공이 오라며 유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첫 책 <합★체>에서 아버지가 말하던 그 탄성있는 공이라면 어떨까? 통통 튀어올라 주인공의 품으로 쏙 안기면 좋겠다. 그 공을 안고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돌아간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를 번외자로 취급하지 말아주길...

어차피 인생은 혼자이고 괴로운 것이라 하지만 엄청난 사건을 겪은 열여덟 소년에게는 좀 너그러우면 안되나. 아무에게도 진심을, 그 절절한 고통을, 말하지 못했다. 가족에게조차.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일뿐... 공중전화에 대고 낯선 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면서 조금은 풀렸길 바라본다. 그리고 살아있어주길 바란다. 주인공에게 바라는 이 마음이 이젠 이곳에 없는 작가를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부질없지만...

작가의 마지막 질문인 듯 하다. 주인공도 삶에 묻는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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