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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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책장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 시작하면서

묵혀두고 던져놓고 쌓아놨던 책들을 하나 둘 꺼내 보기 시작했다.

보통 감명깊게 읽은 책은 따로 분류해 놓고 생각 날 때마다 한 번씩 꺼내서 보고 또 보고 하는 편이라..

그때 감정에 따라 환경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른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래서 한 번 읽고 버리는 책.. 왜 굳이 돈 들여가며 사냐는 말이 제일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그렇게 쌓아 둔 책들 중 맨 위에 있던 신경숙 님의 '엄마를 부탁해'

한때 .. 엄청난 유행을 탄 엄마를 부탁해..

아직도 해외에서는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이렇게 사랑받는 이야기를 써야 할 터인데... 새삼.. 부럽고 괜히 씁쓸하고...

이 소설의 화자는 네 명이다.

각자 하고픈 말을.. 그리고 어떻게 엄마를 '잊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사실.. 초반에 살짝 집중하기 힘들었는데.. 어쩌면 제법.. 아니 상당히 현실적인 입장이라 공감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딸의 입장에서 아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남편의 입장과 당사자의 입장에서

닮은 듯..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 엄마는 엄마였더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엄마라는 단어가..그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였다는 것에 안타까워했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저 '엄마'이기에 무조건 '엄마'였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는 것에 후회를 하는 것도 같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여자의 자식인 나는 얼마나 엄마를 잊고 살았는지....

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가야 하는건지.....

처음 책을 보았을때와는 상당 부분 달라진 지금 환경에.. 나는 또 다른 생각을 읽어간 모양이다.

누구나 자기가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는 말처럼...

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 그런 감정을 느껴도 되는 건지.. 혹은 그런 감정 때문에 죄책감.. 비슷한 그 무엇이 들 수 있는 건지... 아직도 좀 이기적인.. 못된 딸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달까....

늘 같은 자리에 있었기에.. 언제나 그곳에 있을 줄 알았다는 그들의 말처럼....

미안하기 이전에 화가 났을 그들의 생각이, 이제는 엄마가 되어 버린 내 눈엔 서운했고...

그 시절의 엄마와는 다른 요즘 엄마가 되어버린 내겐 그 엄마의 엄마다움에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 짜증이 사실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는 발버둥에 대한 생채기였을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했을 거라는 마지막 말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나와 엄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엄마와 엄마의 엄마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괜히 한참을 생각했던 거 같다.

후회.... 그런 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뭘 느끼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가물가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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