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졸음이 쏟아지는 5교시 수업 시간. 선생님이 들려주는 수업 외의 재밌는 이야기에 잠이 깬다. 그런 경험 누구나 다 있을 것이다. "자, 다들 잠 좀 깰 겸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너희들 죄와 벌을 쓴 도스토옙스키 알지? 그 사람은 평생 빚에 허덕이면서,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글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써야 했지.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하잖아? 근데 그 말이 그렇게 맞는 말도 아닌 것 같아. 도스토옙스키는 두 번째 부인을 만나고 나서 낭비벽과 도박 중독을 고치게 돼. 그는 두 번째 부인을 만나고 나서 함께 죄와 벌을 완성했고, 그 책에는 자전적 요소가 잘 드러나지. 여자가 가지는 연민이 승화되려면 그만큼 남자도 자신을 인정하고 의지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거야. 도스토옙스키는 현명한 사람이었던 거지.그러니까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극복의 의지로 자신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거야. 자 이제 다들 잠 좀 깨라고" 대화문으로 요약해 봤다. 저자는 죄와 벌과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을 '삶이 통속으로 물들 때' 읽어 볼 책으로 추천한다. 그의 시선이 독특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삶의 완성은 결과물(도 중요하겠지만)이 아니라 의지와 마음이 아닐까『이런 고민 이런 책』의 저자 박균호님의 글은 독서 에세이다. 책에 대한 개인의 소신과 취향, 살아온 관록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면서도 해당 책의 줄거리와 평가가 이어지고 있었다. 삶을 비추는 방식의 연결과 책 소개、 거기에 그 시대의 배경 상식과 선생님으로서의 의견까지 총합된 잘 짜인 에세이다. 일상의 작은 고민부터 삶의 큰 고충까지 남들에게 말하기도 어려운 일에 우리는 책을 찾는다. 책에 반드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려운 순간들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런 고민 이런 책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