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쓸모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스튜디오오드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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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시간 사귄 사람과 헤어지고 무작정 방콕으로 떠났다. 그 때 온몸으로 배웠다. 상실의 아픔은 여행으로 치유한다는 것. 여행으로 나를 채운다는 것. 부질없는 미련도 뾰족했던 상처도 모두 순식간에 무색해졌다.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사람을 여행하는 법
정여울 작가의 여행기는 시간이나 공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다
앞장이 런던이면 뒷장은 바로 이탈리아의 해변이다

시공간의 나열이 불규칙하다면 그가 여행에세이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꾸준히 미술관에 다닌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포착한다
뉴욕에서는 푸드트럭 가판대 아가씨의 표정을 찍는다
그가 여행한다는건 장소에 머무는것보다도, 사람이라는 예술이었다



여행의 미학과 철학
저자의 예술지향적 면모는 2부 떠남의 미학에서 더 잘 드러난다
여행하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나다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배운다. 휴식을 통해 한층 비워낸 후의 작품감상은 강력한 '공감발생'과 '삶의 기쁨'을 일구어낸다.


저자의 철학도 엿볼수 있다
짐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여행법의 제1원칙은 여행을 위해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는다는 것이다. 늘 여행전 옷, 모자, 운동화 하다못해 면세점에서 작은거라도 사려는 나를 부끄럽게 했다. 더 많이 걷기 위해 짐을 줄인다는 그의 철학은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 그 자체였다.



나다워 지는 여행
그럼에도 내가 읽으면서 정신없이 밑줄치며 위로받았던 부분은 여행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배우고,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불완전한 삶의 휘청거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 역시 여행을 통해 얻어낸 마음의 여유로 가능한 것이었다.

성공과 실패, 옳고 그른것, 행복과 슬픔 모든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모든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것이야말로, 삶을 여행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아닐까



핫플레이스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한 여행이 아닌
예술을 지향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몰입하며
나를 돌아보고 더욱 '나다워' 질 수 있다면
그야말로 궁극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나는 그동안의 짧은 여행을 통해 나다워졌을까?

내가 오랫동안 여행기록을 하지 못한데에는 그러한 알맹이가 없었음을 인정한다.



정여울 작가의 위로의 문장들이 좋아서 그의 또다른 책을 주문한것은 안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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