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여행과로사일 것이다"여행과로사를 걱정한다니.지금으로썬 기꺼이 사서라도 걱정하고 싶은 고민의 이름이다.로마에 혼자 살며 고독사를 걱정하던 저자가, 책벌레 프랑스인을 만나 결혼했다. 그리고 끌려다니다시피한 반강제, 아니아니 강제여행 이야기가 마음을 이끈다.나 역시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사랑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피곤함을 토로하며 끌려다닌다는 기분을 어쩌지 못하기 때문이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났다는 남루한 차림의 프랑스인 남편은 책만큼이나 여행도 광적으로 좋아한다. 여행을 갈 때에도 여벌옷이나 배터리같은 필수품보다는 책을 많이 챙기는 사람이다. 유적지나 서점은 반드시 들려야 하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과는 현지언어로 반드시 한마디라도 대화를 해봐야 하는 남자 에두아르.아름다운 관광지나 분위기 좋은 카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여행을 즐기는 저자(나 역시 그렇고)와는 확연히 다른 여행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유럽여행은 역사여행이 되고 만다. 난 개인적으로 역사여행을 좋아하긴 하는데, 매번 그렇다면 좀 피곤하긴 하겠다.불만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남편의 부족한 부분을 챙기는 저자는 따뜻한 사람이다.살아온 배경과 가치관, 문화가 다른 부부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주입식 한국 교육]을 받아온 저자와 [논리를 강조하는 교육]을 받은 프랑스인 남편과의 부부싸움 이야기. 누구 하나 양보하지 않는 치열한 싸움은 도돌이표가 춤추는 듯 하다.유럽의 여기 저기를 살아보며 여행하는(우리가 동경하는) 삶도, 지지고 볶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어쩐지 안도감이 드는건 왜일까? 여타 다른 여행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넘치는 책이다.너무나 멋졌던 부분은 각각의 여행지에서 그에 맞는 역사이야기와 책의 구절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할까.아는 만큼 보인다는 흔한말은 쓰기 싫다. 다양한 독서와 그에 맞는 사유. 그리고 엉뚱함까지 어우러진 부부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여행의 깊은 맛이리라.에두아르와 함께하는 빡센 여행 한번 해보고 싶다. (도망)이래저래 투닥투닥 해도 결국남편이 좋아하는 화단의 잡초를 정리하는 작가는, 이 책을 쓰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부디 백년해로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