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 남방의 포로감시원, 5년의 기록
최영우.최양현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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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때부터 일제강점기 상태의 조국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20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독립운동가, 위안부, 강제징용 혹은 매국노 라는 단어는 역사과목에 등장하는 외울거리 정도였을까..

그랬던 나는 이 책을 덮고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아파, 감히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비참한 시대에 강제로 내던져진 조선 청년의 이야기.

그의 문장은 비통하고 자조섞이기도 했으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도 한다. 그가 겪고 기록한 일들은 곧 역사가 되었다.

가족을 위해 조선인 포로감시원이 된 최영우.

그러나 일본의 패망 이후 상황이 바뀌어 조선인들은 전범이 된다. 그들은 포로 및 전쟁범죄자 용의자 신분으로 싱가포르 창이 수용소에 수용된다. 그 중 일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갇힌 후에도 자신이 전쟁범죄자인가 아닌가를 끊임없이 생각했을 이십대 초반 조선청년의 고뇌가 자꾸만 가슴을 후벼판다.

언젠가 그 시대를 거친 청년들은 조선인이건 일본인이건 할 것 없이 상처로 얼룩진 채, 망가지는 인생을 힘없이 바라보며 살 수 밖에 없었겠다고 생각했었다. - 인간실격을 읽고 아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는 더 가슴에 사무친다.

그 시대를 지나는 모든 젊은이들은 고귀한 청춘의 시간을 박탈당하고, 황폐한 내면을 얻었다. 남은 삶이 두렵고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조선청년들의 산산조각난 꿈들과 인생들이, 세계 각지에서 스러져 갔을까.

그럼에도 시대를 살아낸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이젠 안아드리고 싶다.

너무나 고독했을 조선청년 최영우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다. 그의 삶을 기억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외할아버지가 남긴 원고를 바탕으로 이 책을 냈다. 저자는 그의 외조부를 비롯해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된 모든 젊은이들이 비극의 희생자’ 였다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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