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더이상 치료의 희망이 없는 환자들이 가는 삶의 종착역 같은 곳이라 생각했다.실제로 친구의 아버지가 투병생활의 끝에 호스피스로 내몰리셨고 (친구의 표현) 그렇게 호스피스 병동에서 삶을 마감하셨다. 그 과정들을 토로하는 친구가 매일 울면서 말했기에, 내게 호스피스란 괴로운 곳. 두려운 곳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면 그 인상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저자 김여환 의사는 호스피스 병동 의사다.천 번이 넘게 임종 선언을 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찬 환자와, 삶의 희망을 잃은 보호자들을 보듬는 따스한 의사다.맞다. 호스피스는 더 이상 치료가 의미 없는 말기 암환자들이 가는 곳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막연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길고 힘겨웠던 그간의 삶을 돌아보고, 죽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럴려면 암성 통증이 없어야 하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그 통증을 조절해준다.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왜 지금 고통스러운지, 왜 화를 내고 있는지 마음으로 이해하고 위로한다. 실제로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모르핀 투약용량은 줄어든다고 한다.확실히 가족이나 연인의 죽음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의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건장한 성인들도 힘들다는 목욕봉사나 맛사지 봉사를 하는 사람들. 그들은 호스피스에서 죽음이 아닌 삶의 의미를 본다.의료진들 또한 환자가 살아있는 마지막까지 통증을 줄이고, 보다 즐겁게 살게끔 도와둔다. 그들의 노고를 보니 존경심이 절로 든다.호스피스의사는 가족들로부터도 오해를 살 때가 있다고 한다. 살리는 의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이는 의사도 아니다. 잘 마무리 하게 도와주는 의사는 어떨까.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숙연해진다.더군다나 죽음이란 부자이던 가난하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죽음에게 맞설 수가 없다. 가자고 하면 가야 한다.그렇다면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끔 해준 책이었다.원래도 바쁘게 보단 느슨하게 사는 편인데,더 천천히 더 느긋하게 하지만 삶의 의미를 찾아보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