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심리학 - 서운한 엄마, 지긋지긋한 딸의 숨겨진 이야기
클라우디아 하르만 지음, 장혜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 있잖아, 내가 나이 먹고 나서 혹시 엄마 같아지면 얘기 좀 해 줘

-푸하핫.... 언니 지금도 가끔 엄마 같아..

우리 자매가 자주 나누는 대화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지긋지긋하다. 누가 모녀 사이는 애증의 관계라고 했던가? 정말 딱 적절한 표현이다.

나는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회복시키고 싶은 걸까, 그것이 불가능함을 알기에 내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걸까. 내가 자꾸 모녀관계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이 책의 기자 출신의 심리치료사 클라우디아 하르만이 지었다. 책의 사례는 독일이나 유럽이 배경이지만 모녀관계라는 배경은 전 세계 어디든 다 똑같지 않을까. 책 속의 그녀들도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가 지긋지긋하다고. 우리 엄마는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저자는 책의 상당 부분을 애착과 트라우마에 쏟고 있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형성되는 이 애착은 삶의 근간이며 일생을 지키는 에너지가 된다. 인간 애착의 본질은 사랑이다. 사랑은 아이가 신뢰를 품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사랑을 엄마로부터 건네받는다.

하지만 이 애착이라는 것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 허락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우선은 엄마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엄마는 지금 엄마가 될 준비가 되었는지, 엄마의 감정은 어떠한지, 가정환경은 아이를 키울 여유가 되는 건지에 따라 애착은 달라진다.

또한 윗세대가 받은 트라우마는 자식과 손녀 세대까지 이어진다. 조부모 세대의 전쟁이라는 트라우마는 부모 세대에게 지독한 가난과 불안이라는 상처를 물려주었고,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 부모 세대는 내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쏟지 못한다. 사랑받지 못한 사례 속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달라고 갈구한다.

책에 소개된 많은 사례의 밑바탕에는 신경정신학이 자리하고 있다. 사례자들은 제각각 처한 상황도 가정환경도 다르다. 그래서 내 상황에 대입해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어려웠는데, 그 감정만큼은 너무나도 공감되었다.

나의 엄마는 남동생에게는 크게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자매에겐 많이 하셨다. 단순히 아들이 좋은 그 세대 엄마들의 성차별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알았다. 그건 성차별이 아니라 엄마가 딸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또한 상처다)

엄마에게 딸은 곧 나 자신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무얼 해도 너는 나를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남동생에게는 더 퍼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딸들은 오히려 나에게 퍼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그분은 바로 우리 엄마다.

엄마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엄마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꽤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바로 '역할 바꾸기' 딸이 일인칭의 시점에서 엄마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한마디로 엄마를 누군가의 딸로 경험하고 느끼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엄마를 조금은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엄마에게 받은 대로 자식한테 돌려준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몇이냐 되겠냐며 저자는 말하지만, 나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보려 한다. 상처는 절대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자녀는 엄마와 결합하며 그와 동시에 성장하고 독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타고난 품성을 지지해 주며, 내가 여기서 너를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엄마로부터 받은 모든 것이 자녀 인생의 인간관계와 인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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