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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
홍환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며 줄곧 일상을 발견하는 힘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의 지나온 삶에 관한 이야기는 나와 많이 닮아 있었다.
노예같은 직장생활, 잘하려고 애쓸수록 힘든 인간관계, 스치듯 지나는 풍경에서 발견하는 찰나의 아름다움, 소비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샀던 샤프펜슬, 연말연시의 케이크, 존재의 이유라도 되는듯 소중히 붙들고 있는 어떤 1%까지.
그의 글을 읽으며 내내 나의 2,30대가 스치듯 지나간다. 그때의 내가 떠올라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의 지나간 시간은 모두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그는 이렇듯 번듯한 책을 써냈다.
작가의 글에는 그런 힘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해서인지, 일상을 발견하는 그의 성찰이 남다르다. 마음이 찡해졌다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또 어느순간 와락하고 웃음이 터진다. 그런 과정들이 우리를 위로한다.
여타 다른 에세이들과 뭐가 다르겠어. 라고 생각했던 나의 얄팍함이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목적없이 기계처럼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너무나 위로가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