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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진오는 발전소 공장의 굴뚝 꼭대기에서 농성을 하는 노동자다.
제목에 철도원이 들어가는데, 고공노동자는 무슨 연관인건가 생각하면서 읽어나갔다.
동료들이 올려주는 식사를 하고, 자신의 오물을 처리하고, 맨손체조를 하며 고공노동자의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이야기는 진오의 회상인지, 꿈인지 모를 장면을 서술하면서 그의 어린시절 친구를 소환하기도 하고, 어릴적 학교 끝나고 돌아오면 시원하게 등목을 해주고, 열무김치에 굴비반찬을 내어 차려주는 할머니를 소환하기도 하며 삼대에 걸친 대서사가 시작된다 .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서울에서 만주를 잇는 철도를 공사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조선인들이 집과 땅을 수탈당했고, 제대로 된 항변 또한 해보지 못했다.
철도가 놓이면 철도회사는 물론 역을 주변으로 술집, 여관, 무역을 하는 상점들이 생겼고 그 주인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조선인은 그들의 심부름꾼, 잡일 등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두뇌가 명석하고, 운이 좋아 철도회사에 들어가게 되어도 요즘말로 정규직이 되기까지는 일본인보다 수년이이 더 걸렸다.
어찌 철도가 조선사람의 피와 눈물로 이루어지지 않았겠는가.
일한 만큼 대우를 받으며 살자는 거예요. 그런 사회가 오면 나라도 독립이 되겠지요
철도가 놓이면서 강제로 땅을 빼앗기고, 부역에 끌려나오고 가족이 죽는걸 봐야 했던 조선인들과, 의병들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사방에서 일어났다. 독립운동과 노동자들의 투쟁은 어찌보면 함께 시작됬다.
진오의 증조할아버지 이백만은 일본인들 아래에서, 철도기술을 배웠고, 아들을 공부시켰다.
큰아들은 아버지를 따라 철도원이 되겠다고 했지만, 둘째 아들은 식민지 노동자인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공산주의자가 되어 해방을 맞기도 전에 옥사한다.
가제본이라, 진오의 아버지인 이지산의 이야기까지 읽지 못했지만,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충분히 처절하다.
황석영선생이 방북했던 1989년 당시 평양백화점 부지배인이 자신의 고향이 영등포라고 한것으로부터 이야기는 비롯된다. 처음엔 미쳐 알지 못했던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의 이야기인가 싶었지만 어느새 사회주의, 또 어느새 현시대의 노동운동까지 대물림 되는 노동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황석영 선생 특유의 치밀하고 촘촘한 인물묘사가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다.
이진오가 어떻게 굴뚝 위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알고싶다.
철도원 삼대 무척 기다리게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