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글쓰기 - 잊고 있던 나를 마주하는 하루 5분, 일상 인문학
권귀헌 지음 / 서사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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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전에, 먼저 옆에 연필이나 공책 혹은 노트북을 켜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책 중간중간 틈틈히 한번 써보라고 제시하는 5분 글쓰기 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써봐야지 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바로 머리속을 유영하는 단어들을 늘어놓음이 어떨까

어느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형제의 육아를 시작한 남자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를 키우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막상 뒤돌아보면 한거 없이 흘러가 버리기만 한 것 같은 시간들 앞에서 느껴지는 무력감, 무너지는 자존감, 그리고 우울증까지

우리 엄마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서 읽는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아니 뼛속 깊은 곳까지 공감이 되었다.

품에서 잠든 아이가 예뻐서 사진은 찍어놓았지만 글로 써 볼 생각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그날의 사진은 남았지만, 그날의 내 감정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태우며 온 정성을 다해 재운날이었는지, 저혼자 옹알이하다 스르륵 잠들었던건지

어쨋든 잠들었던 모습의 사진은 있지만 사진속에 역시 내 감정이나 생각은 없었다

글쓰기에는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깊이 와닿았다

별것 아닌것 같은 엄마로의 일상에도 스토리는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일상이 스토리고, 삶이 문학인 것이다.

예전에 찍었던 사진 한 장에 추억이 잠겨,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며 글을 쓸 수도 있다

다른 작가의 글을 필사하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인용해 나만의 글쓰기로도 탄생시킬수 있다

아이들 등교시킨 후, 커피숍에 앉아 이런 저런 수다들을 글로 옮겨보아도 된다 .

이렇듯 일상은 훌륭한 글감이 된다고 저자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누군가에게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글쓰기 일단 한번 써보는걸로, 내 감정을 가다듬을 수 있다.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정비시키는 것 중 하나가 글쓰기라고 생각해 왔다.

예전에는 글쓰기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더 함축적이고, 더 적나라하게 감정을 토해왔던 나였다

아이 키운다고 퇴사를 하고, 아이가 어느정도 크고 나니 취직하기는 힘들지만

그보다 먼저, 일기 한 줄 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더 위축되었던 기억이 난다.

더 이상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아서 시작한 공부도, 독서도 이젠 이 책을 빌미로

더 정교하게 가다듬고 차곡차곡 내 안에 쌓아야 할 때인것 같다.

왜냐하면 엄마의 삶은 그 어떤 소설보다 위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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