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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니, 그 어느때보다 만족스러운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
동시에 어떻게 써야할지 한참을 생각하기도 했다.
여행가로서의 자유분방한 그녀의 삶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여행을 통한 깨달음과 시행착오를 삶의 지혜로 녹여내며 글을 쓰는 그녀의 능력에는
질투가 날 만큼 부러워졌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읽는 책의 맛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가 했던 나의 생각은 부끄러울 만큼 빗나갔다.
어느날 읽은 책의 한구절에 가슴 깊은곳이 뛰고 있음을 느끼고, 소설속 배경인 장소를 찾아가는 여행을 한다.
소설속 그 장소에 도착해서, 다시금 천천히 소설책을 읽기도 한다.
소설속 주인공이 먹은 음식을 먹으며, 주인공이 걷던 거리를 걸으며 말그대로 완벽하게 독서를 하고,
완벽하게 여행을 하는 작가의 모습에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무작정 따라하기 라는 가이드책이 나올만큼 보통사람들의 여행은 획일화 되어있다.
남들이 가본 맛집에서 줄서고, 블로그에 기록된 지극히 주관적인 음식취향에 내 입맛을 우겨넣어본다.
누구나 다 사진 찍는 핫스팟에서 여길왔으면 이 사진은 꼭 남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중에도 부지런히 SNS나 여행관련카페, 유트브 등등에 나도 여기 와봤어!
라고 확인 받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나를 만족시키는거라 믿어왔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무언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졌다.
물로 그녀처럼, 더이상 잃을것도 없다라는 마음으로 다 내려놓고 여행을 훌쩍 떠날순 없겠지만,
적어도, 어딘가에 가서 무엇을 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만족감을 얻는것 모두
나 자신의 깊숙한 곳에 귀를 기울이며 집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드러내는 어두운 그림들을 굳이 찾는 이유는 뭘까.
책을 읽는 이유, 여행을 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 들어가 내가 아는 좁은 세계를 넓혀보려는 안간힘.
내 경험에만 매몰되지 않는 인간이고자 하는 갈망.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p.194
우리는 종종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꾼다.
이곳이 아닌 저곳이라면 진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어떤 가면도 쓰지 않은 얼굴로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찾이 평생을 방황하기도 한다.
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진다
p.65
결국 품위 있는 삶은 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다정하고 성실한 태도.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모든것이 사라져 버린다 해도,
자
신의 세계를 아끼며 가꾸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삶의 품격이란 결국 그런 마음에 비롯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