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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현대 철학 - 아들러, 라캉, 마사 누스바움… 26인의 사상가와 함께하는 첫 번째 현대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3월
평점 :
인문학, 사회과학 도서를 읽다 보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따음표가 등장한다. 나에게 현대철학은 조각조각 나누어져 글 속에서 떠다니는 철학자들의 짧은문장 뿐이었다.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 인용되는 문장이 이해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현대철학을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다가도 번번이 실패를 하고 말았다. 철학적 용어도 낯설고, 설명방식도 익숙하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게만 느껴졌다. 그때 만난 책이 『처음 읽는 현대 철학』이었다. 이 책이 현대철학 입문서로 적합한 이유가 있다.
『처음 읽는 현대 철학』은 철학자마다 핵심 이론의 맥락을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철학을 공부할 때 철학자의 명제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맥락 없이 펼쳐지는 명제와 근거는 전혀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 읽는 현대 철학』은 맥락을 짚어주어 설명해주어 어떤 상황에서 주장을 하게 되었고, 이 주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어서 각 철학자의 주장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령 프로이트의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인류가 세상 어떤 존재보다 특별히 더 존귀하지 않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 셈(p.17)”이라 설명한다. 프로이트의 주장이 철학사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해주어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어려운 철학 용어를 예시를 들어 설명해주는 점도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한다. 가장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지금의 상황에 빗대어 준 예시가 이해를 높여준 것이다. 20세기 초반 철학자라 대부분 100여년 전 상황에서 발생한 철학의 배경인데, 이를 지금의 모습을 예시를 들어 설명해서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동시에 철학자가 쓰는 용어를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해준 덕분에 철학용어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하나 요목조목 설명해주는 내용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26명의 철학자의 이야기를 단숨에 읽게 된다. 각 챕터마다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니 과연 철학책답다는 생각도 든다. 인문학 입문서를 고를 때 만족스러웠던 적이 크게 없었던 거 같다. 어느 정도 이해가 있고,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정리가 되었으면 하는 경우에 『처음 읽는 현대 철학』은 만족감이 높다. 쉽게 설명을 했을 뿐이지, 쉬운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혹 입문서라 겉핥기식의 설명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밀도가 높은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다. 어줍짢게 현대철학을 아는 이가 조금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을 때 먼저 시작해보기 좋은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