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물일기 -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존경해
진고로호 지음 / 어크로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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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질 것이다. ‘작아서 볼품이 없다.’라거나 작은 건 쓸모 없다.’ 등등... 하지만 여러 감상 중에 작아서 소중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너무 작아서 지나치기 쉬운 순간도 좋은 점을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미물 일기>를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일 거란 확신이 든다.

 

<미물 일기>는 애벌레, 들꽃, 각종 새 등 생활 속에서 만나는 작은 동식물에 대한 다정한 관찰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전에서 미물은 작고 변변치 않은 물건’, ‘인간에 비하여 보잘것없는 동물.’로 정의된다. 어쩐지 정의가 불편하다. 누가, 누구의 기준으로 변변찮음을 보잘것없음을 정의한다는 말인가. <미물 일기>는 같은 불편함을 드러낸다.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미물은 변변하며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이는 작가의 다정한 관찰이 있기에 가능하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읽다 보면 미물의 가치를 읽어 낼 수 있다.

 

또한 작가는 세심한 관찰자다. 작은 생물의 행동을 보고 중요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데 탁월하다. 딱따구리가 반복해서 나무를 쪼고 있는 모습을 통해 꾸준함의 가치를 발견한다. 번식을 위해 사활을 거는 작은 생물들이 번식에 실패했음에도 실패 대신 존재했음을. 도전했음을 기억하고 가치 있게 바라본다. 인간이 정한 기준에 얽매여 쉽게 질타하고, 혹독하게 채찍질하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다. 그렇다 누구의 기준이란 말인가. 그 기준은 모두 맞다고 누가 말하는가.

 

<미물 일기>마냥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모기나 나방, 거미 등 생명으로 아껴주겠다는 마음과 두려움에 살충제부터 들고 보는 이중적인 생각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 녹아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한 인간이 미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이다. 미물을 아끼는 마음을 내세워 뽐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있기에 이야기는 더 깊이를 더한다.

 

어렸을 때는 제법 미물(이라 불리는) 생물과 쉽게 어울려 지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시선에서 사라졌다. 지렁이, 달팽이, 공벌레...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 내 관심이 사라졌을 뿐. <미물 일기>를 펼쳐 읽으며 창밖에서 들리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비가 온 후 땅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지렁이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보지 않고 살았던. 인간의 시선에 익숙해져버린 나를 반성하고, 나 또한 미물(이라 불리는) 것들을 미물인 내가 들여다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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