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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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반에서 인기가 많은 친구가 있었다. 나도 몰래 좋아했었는데, 그날이 발렌타인 데이였다. 그때는 꼭 좋아하는 친구에게만 초콜릿을 준건 아니였고, 친했던 친구에게도 고루고루 여러 명에게 주고받았던 거 같다. 그 친구는 역시나 많은 초콜릿을 받았고, 수많은 초콜릿 중 나의 것도 있었다. 조금 있다가 그 친구는 나에게 예쁘게 포장된 사탕을 건네줬다. 2월은 학기 말이었고, 화이트 데이를 앞당겨서 나에게 준다고 말했다. 그 친구에게서 사탕은 건네받은 건 그날 나 혼자였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조그마하고 반짝이는 사탕이 가득찬 투명한 유리병은 나의 보물 1호가 되었다. 나는 사탕을 하나도 까먹지 않고, 서랍에 고이 간직했다. 얼마가지않아 사탕은 모두 녹아버렸고, 개미가 들끓어 내다 버릴 수밖에 없었다. 냉동실에 넣어둘걸 하며 울며 통을 비워냈던 기억이 난다.

 

소중한 것을 그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적은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조그마한 눈사람을 냉동실에 넣었던 기억. 좋아하는 이에게 받은 물건을 닳지 않게 상자 깊숙이 넣어뒀던 일들. 소설<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속 사람들은 죽인 이를 얼음 관에 60년간 보관해 집에 두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 추억이 담긴 물건도 좀처럼 버리지 못해 낑낑대는 나에게 소설 속 풍습은 조금 부럽기도 했다. 소설 속 마을은 겨울이가고 겨울이 오는 매우 추운 마을이다. 이곳은 죽은 이를 얼음에 넣고, 집에 두면 영혼이 에니아르가 되어 가족과 마을을 지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린 카야는 엄마를 잃고, 얼음 속에 있는 엄마를 보며 상실을 조금씩 극복하려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엄마의 관을 팔라고 설득한다. 그는 이 마을의 실세다. 마을의 절반이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등 없어선 안되는 절대적인 권력자인 스미스씨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제시하자 아빠는 좋은 조건에 그만 혹해서 엄마의 관을 내어준다. 카야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스미스씨의 저택으로 몰래 찾아가 멀찍이 있는 엄마를 보고 돌아오다 스미스씨와 마주하게 되고, 스미스씨는 친절을 베풀어 따뜻한 집에서 엄마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한다.

 

나는 소설을 카야의 성장이야기로 읽었다. 카야에게 엄마와의 이별은 첫 시련이었을 것이다. 얼음 속 엄마라도 보고싶어, 아빠의 약속을 저버리고 카야는 미지의 공간이 스미스씨의 저택을 찾아간다. 카야는 이후에 맞닥뜨리는 시련과 공포 속에서 선택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는 카야의 성장으로 읽은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설은 복잡하지 않은 플롯과 소재로 스토리를 이어가지만 그럼에도 힘이 느껴지는 것은 카야의 선택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것을 떠나보낼 줄 아는 것. 실체는 사라졌지만 추억과 기억, 따스했던 감정 등을 간직하며 이별할 줄 아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성장에 있어서 필요한 깨달음이 아닐까. 카야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내가 소중히 여겼던 것이 떠오르며 그것에 나는 어떤 마음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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