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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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소개가 너무 어렵다. 으레 자신을 설명할 때, 하고 있는 일로써 설명할 때가 많은데, 내가 직업을 말하면 사람들은 갑자기 나에게 관련하여 억울했던 자신의 경험을 갑자기 쏟아 내거나, 뜬금없이 어느 정부 부처를 폐지해야한다고 울분을 토해낸다.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이미지와 단어 몇 개만이 남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나를 소개할 때, 몇몇 정체성을 일부러 숨기기도 하는데, 출신지가 그 중 하나다. 사람들은 고담 도시’, ‘보수꼴통등 출신지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로 나를 인식한다.

사람이 상대를 만났을 때, 첫인상과 몇 개의 정보로 상대를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음에도 나는 여전히 나를 소개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 <마이너 필링스>를 읽으면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부제를 달고 있는 <마이너 필링스>는 쉽게 지워지는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여성 한국계 미국인으로 이민 2, 아시아인, 여성, 시인 등의 다채로운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푼다.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와 함께 사회적 이슈를 배치한다. 동시에 사회와 제도가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악용하는지 알려준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신화를 퍼뜨려 자본주의를 선전하고 흑인 민권 운동을 깎아내렸다. 우리 아시아인은 뭘 유구하지도 않고, 근면하고, 절대로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는 착한사람들이었다. 고분고분하게 일만 열심히 하면 차별은 없다며, 저들은 우리를 안심시켰다.(p.34)”

 

권력을 쥐고 있는 어떤 주체에 의해서 소수자의 정체성은 부자연스럽게 부각되거나 혹은 손쉽게 지워지기 쉽다. 작가는 그렇기에 어떨 때는 혜택을 입기도 했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작가의 정체성이 특별하기에 겪는 일이 아닐까 싶지만, 일상에서 우리도 쉽게 겪는 일들이다. 여성이어서, 장애인이어서, 비수도권출신이어서, 퀴어라서... 특히 소수자의 정체성은 사람들에 의해 단정되고, 특정 모습을 요구받거나 왜곡되고, 이용당한다. 하나의 정체성만이 도드라져서 공격을 받기도 하고, 납작하게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우리의 정체성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정된 모습으로 요구받는 것에 의문을 던진다.

 

<마이너 필링스>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진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어떤 면에서 자기소개 글이다. 관심이 가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면 갈수록 매력을 느끼듯이 입체적인 자기소개 이야기에 나는 매료되어 버렸다. 좋아하는 연장자가 하는 것은 뭐든 좋아보여서 따라하는 동생마냥 작가가 인용하는 작품이나 좋아했다는 작품 등을 따로 소중히 기록하는 나를 발견했다. 우리는 납작한 인물보다 입체적인 인물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다.

 

첫인상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나쁜 것은 다채롭게 상대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태도이며, 특정 정체성에서 사회와 문화가 규정해버린 편견과 차별에 문제제기하지 않고 배제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마이너 필링스>를 읽으면서 나는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정체성과 관련하여 쉽게 지워지거나 역할을 요구받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상대를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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