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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평점 :
“잘 하실 거 같아서요.”
한 협동조합에서 진행했던 독서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독서모임의 운영자가 조합회원 가입을 권하면서 던진 말이 나에게 꽤나 오랫동안 힘이 됐다. 나의 쓸모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초조해하던 시절이라 더 크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운영자가 나를 정말 좋게 평가해서 나온 말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저 회원모집을 위해 ‘영업’을 위한 미사여구에 그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렇다한들, 설령 그럴지라도. 나는 덕분에 이리저리 흔들려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시절 그 문장에 매달려 버틸 수 있었다. 이럴때보면 나도 참 ‘읽기 쉬운 사람’이네 싶다. 우리는 수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다. 이것이 내가 비록 손해를 보더라도 피곤하더라도 최대한 다정한 말을 건네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별것 아닌 선의>는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사소한 순간에 내보인 선의와 그 힘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작가 이소영 교수는 사소했지만 삶을 위로받았던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 선의를 가지는 태도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잊고 있었던 삶 속의 타인들의 사소했던 친절과 행동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점점 기대보단 실망하는 일이 많다 보니, 타인과의 관계에 지쳐, 친절과 경청보다는 경계하고, 긴장하는 경우가 더 익숙한 요즘이다. 작가의 글은 다시 선의의 힘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러나 작가는 선한 의도를 강조하지 않는다. 또한 선의의 행동과 닮아있는 연민의 감정에 기이한 행동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치열하게 파고들어 투쟁해야 할 사안에서 약자를 동정하는 데 그치게 만드는 ‘분노 없는 연민’은, 문제의 원인으로 악인을 지목하고 그에게 분노를 터뜨림으로써 손쉽게 정의감을 얻는 ‘연민 없는 분노’와 동전의 양면을 이룰 것이다.”
작가는 연민 없는 분노가 본질을 호도할 수도 있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연민이 가진 힘이 얼마나 약한지에 대한 지적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책은 ‘세상은 아름다우니 착하게 살아야합니다.’와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가 매 순간 선한의도를 내포한 정의로운 행위만을 요구하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작가는 “선의가 하나 더해진 세상이 그것마저 제하여진 세상에 비해 그 크기만큼은 나을 거라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나아가 “위선”이어도 외면하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까지 주장한다. 설령 그것이 위선이었더라도 분노 없는 연민이나 연민 없는 분노라 할지라도 이를 통해 발현된 행동은 누군가에겐 버팀목이 될 수 있음에. 나아가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충분히 필요한 감정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순간’에 집중한다. 순간은 길지 않은 시간을 의미한다. 순간순간. 타인에게 적절한 순간. 타인에게 선의를 발휘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행위가 타인에게 선의로 해석되는 단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평소에 끊임없이 타인에게 관심이 있어야 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더불어 품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사소한 순간이라 말하지만 순간이 액션이 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염두하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결국 작가는 사회가 냉소보다는 연민을 이내 곧 선의를 적절한 순간마다 더욱 자주 드러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쓴 것으로 여겨진다. 작가는 별것 아닌 선의는 사실 굉장히 별것인 개인의 순간순간이 모여야지 발현될 수 있는 가치이며 이는 우리의 끊임없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관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다정하고 따뜻한 에피소드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글을 읽고 나면 괜스레 별것 아닌 선의를 내보일 순간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