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폰스 무하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
데이비드 존스.데이지 실 지음, 경규림 옮김 / 씨네21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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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린시절 색칠공부하던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선택해본 책. 나만의 걸작을 만드는 컬러링북시리즈는 총 5종이며 랜덤으로 왔다. 살펴보니 구스타프 클림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아서 래컴, 아르데코 패션, 알폰스 무하 버전이 있다. 랜덤 발송이라서 나는 알폰스 무하 버전을 만나게 됐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화가이기는 한데, 잘 모른다.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초입에 화가에 대한 설명이 짧게 들어가 있었다.

 

알폰스 무하의 작품에 많이 사용된 색채도 보여주었는데, 원색이나 선명한 색상을 많이 사용한 듯했다. 막상 색칠하려고 보니 내가 가진 색연필 색이 너무 맑아서 탁색을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아쉬웠다. 하지만 색칠의 매력이 무엇인가,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색을 칠할 수 있다는 것이지!!! 컬러링북에 색칠을 하기 전에, 나에게 색연필이 없어서 당근으로 싼 색연필을 사서 짝꿍과 색칠했다.

 

우리가 고른 작품은 <사계>. 짝꿍은 실제로 있는 새를 검색하여 섬세하게 색칠하고는 힘들어 했다. 나머지는 내가 집에서 기분 안 좋았던 날 슥슥 칠해버렸다. 색연필의 색이 너무 맑은 것과 내가 상상하는 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한때 컬러링북이 왜 유행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떤 색을 칠할지 고민하다 보니 부정적인 감정은 달아나고 색칠에만 집중하게 되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종이도 도톰하고 작품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니, 한 권 사서 부정적인 감정을 몰아내고 싶을 때나 심심할 때 색칠하면 좋겠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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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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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역사와 폐허의 공통점이 뭘까. 당사자는 잊어버리고 다시는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타인에 의해 다시 꺼내지고 조명을 받는다는 점? 떠올릴 때마다 수치스럽고, 후회되어 부끄럽고 슬퍼서 완벽히 쓸모없다는 점? 그러다가도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이렇게 대처해야지, 생각하며 교훈을 얻는다는 점?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내용일 것 같아 냉큼 신청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옛날이야기(특히 폐허 모티프와 이미지), 지도, 세계 곳곳에 대한 것들을 좋아했는데, 여기에는 그게 모두 담겼다. 사진 자료가 많아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씩 상상해 보기도 했다. 저 건물에서 사람들이 지내던 호시절, 인적이 뜸해져서 스산한 분위기, 누군가의 사랑이 끝나가는 모습,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분위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읽으면서 내 어린시절 책 취향이 어디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삼스레 반가웠다.

 

제목과 부제목, 뒤표지의 카피들이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모든 버려진 장소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메인 카피가 마음에 들었다. 표지와 내지에 지도와 사진이 많아 좋았다. 줄 간격이 좁지 않고 서체도 너무 작거나 두껍지 않아 눈이 피로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사에 대해 얕게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읽은 뒤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지리, 미스터리에 관련된 책과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라면 말이다(내가 그랬다).

 

나는 노르웨이의 피라미덴, 서인도제도의 플리머스, 오스트리아의 될러스하임, 그리스의 헬리니콘 올림픽 단지, 우간다의 아캄펜섬에 관련된 내용들을 읽으며 재미있기도, 안타깝고 쓸쓸하기도 했다. 다만 관련된 내용을 더 읽고 싶은데 원고가 금방 끝나 아쉬운 면도 있었다. 세계사와 불가사의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하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잊는다는 것은 기억하는 힘을 잃는다는 뜻이다. - P10

시인 폴 발레리가 했다는 "시는 결코 끝나지 않으며, 다만 버려질 뿐이다."라는 말처럼, ‘버림‘은 ‘되찾음‘이나 ‘돌이킴‘의 가능성을 분명히 안고 있다. 끝난다는 것은 죽는 것, 마무리되어 더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버려진 것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버려진 물건은 다시 주울 수 있고, 버려진 땅은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찰 수 있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한다. - P10

이 책은 버림받고, 소외되고,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장소들의 지명 사전이다. - P11

잊혀서 완전히 사라진 대상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치는 희망을 모두 포기해야 할 근거가 아니라 그 반대다. 버려진 장소는 다가올 세상을, 잔해에서 구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더 오래 더 열심히 생각해보라고 격려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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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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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타투를 새기고 싶어 매일 타투이스트와 디자인을 검색하고 자료를 모았다. 그게 벌써 몇 년이나 지난 일인데, 나에겐 여전히 타투가 없다. 그저 내 몸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려 새기는 일일 뿐인데. 주변인을 비롯한 사회의 시선을 걱정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이상했다. 부모에게 혼이 나 등짝을 맞을 것이며 언젠가 새긴 것을 후회하며 지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엄포와 염려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성인이고 이것은 내 몸인데? 타투를 새긴 지인이 몇 있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내게 타투는 이상한 것이나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동경을 가지고 살펴보았다. 앞표지의 사진, 뒤표지와 책등의 색감을 보자마자 예쁘다고 생각했다. 펼쳐서 내지를 훑어보니 사진과 인터뷰 문구가 여백을 적절히 활용하여 배치되어 있어 좋았다. 인터뷰도 사진도 눈에 잘 들어오도록 구조에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보였다. 타투 스티커가 동봉되어 있었는데, 유명 타투이스트 타용의 고양이 디자인이었다. 마침 여름이라 피부가 많이 드러나는 옷을 입으므로 한 장씩 사용해 보면 좋을 듯하였다.


  『가장 밝은 검정으로』는 타투한 창작자 10인의 인터뷰와 사진이 수록된 사진집이자 에세이다. 이들의 인터뷰와 타투 사진을 보면서 때로 속이 시원했고, 내가 가지고 있던 궁금증도 조금씩은 해소되었다. 인상 깊었던 타투는 김선오 시인, 유이든 배우, 황예지 사진가의 것이었다. 습작을 먹어주는 물고기 구터, 팔의 위치에 따라 솟구치거나 떨어지는 샐러리맨, 반짝임과 하트까지. 좋았던 인터뷰는 많았는데, 인용해 둔 홍승은 작가의 인터뷰가 내 현재 생각과 비슷하다. 홍승은 작가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아직 내 몸에 타자성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 정도? (주체적으로 살려는 노력은 하고 있다)


  타투를 함으로써 신체를 감각하고, 나와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죽음충동을 해소하며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인터뷰이들의 말에 많은 타투인이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내 몸에 영원히 남을 것을 새기며 영원함을 걱정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일, 영원함에 지는 일을 기꺼이 하는 심정이란 무엇일까. 거기까지 이르는 데에 느꼈을 감정들이란 어떤 것일까. 타투를 삶의 요소, 생계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꽤 많은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타투가 유일하게 불법이다. 타투 법제화에 많은 이들이 힘쓰고 있지만 아직 길이 멀어 보인다. 타투에 관련된 국내 서적 또한 20권이 채 되지 않으며(문학 분야 제외), 컬러링 북까지 제외하면 이보다 더 적어진다. 타투 법제화가 되어 좀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사회를 잠시나마 상상해 본다.



* 해당 서평은 한겨레출판 서평단 하니포터6기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타투도 음악처럼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는 것‘이다. 창작은 결국 쓸데 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 P42

팔을 접고 타투를 내려다보면 샐러리맨이 위로 솟구친다. 떨어지는 사람을 금방 올려 보낼 수 있어서 이 타투가 무척 마음에 든다. 나의 상태를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으로 얘를 움직이면서 놀다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 P60

타투는 스스로 타자성을 몸에 입히는 행위라고 들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으로서 ‘자발적 얼룩‘을 새기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새길 수는 없으니까 타투에는 엄청난 능동성이 필요하다. 타투를 새기는 건 결국 능동적으로 타자가 되는 일이고, 고유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로도 다가온다.
내 몸이 쌓아온 서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깨끗함‘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얼룩진 몸인데, 타투를 한들 뭐가 대수인가. 나는 자신의 삶과 몸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겐 타투가 그 수단이었다. - P96

타투를 일부러 지우지 않는 이상 얘네는 영원히 내 몸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영원함이 생각보다 큰일인 것 같다. 말하자면 내가 영원함이라는 속성에 진 거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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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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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사가들의 언어, 작업방식, 생각이 궁금해서 종종 그들의 책을 읽는다. 이 책도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그의 모든 음악을 들어보진 않았지만 <거위의 꿈>, <다행이다>, <하늘을 달리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정류장>, <달팽이> 등 유명한 노래의 가사를 떠올려 보았다. 쉽게 공감되는 상황이나 감정을 간결하게 묘사해 내면서도 깊이가 느껴졌다.


  뒤표지에는 이적이 소재 삼았을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궁금해하며 펼쳐보니, 일반 산문집은 아니었다. 한 문단 정도의 단상 모음집이었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그건 잠깐이었다. 읽어 보니 글 한 편 한 편 생각해볼 거리가 있었다. 재미있는 상상, 인생에 대한 고찰, 소름 끼치는 이야기,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의견 등을 읽으며 즐거웠다. 음악에 대한 글은 4부, <노래의 깊이>에서 읽을 수 있다. 자신이 작사한 가사에 얽힌 에피소드나 생각, 창작에 관련된 이야기, 춤, 악기······.


  나는 <멀미>, <시간>, <좀비>, <원만>, <고수>, <경우> 가 좋았다. <절연>은 좀 소름이 돋았고, 가사와 관련해서는 <하늘>과 <거짓말>이 좋았다. <시간>을 읽으며 한 생각은, 그러니 야구가 인생과 비슷하다고들 이야기하나 보다, 였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시간이 제한된 스포츠가 아니라 9회까지 진행하여 승부를 가려야 하고, 동점 상황이라면 12회 연장전까지 진행해야 하니까. 야구도 인생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야구 이야긴 없어서 조금 아쉬웠던 야구팬).


  긴 글이 아님에도 이적의 생각을 충분히 접하고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간결함과 담백함, 생각의 깊이가 그대로 느껴지는 책이었다. 자기 전 이부자리에서 가볍게 한두 꼭지씩 읽어도 좋을 듯하고.


 이적의 생각이나 상상이 궁금한 사람, 이적이 작사한 가사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한 팬과 작사가 지망생, 이적의 깊고 담백한 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지혜란 고작해야 ‘짜파게티를 끓일 때 마지막 물양 잘 맞추기‘ 같은 것이 아닐까? 미리 얘기해봐야 직접 해보기 전엔 별 도움이 안 된다. 먼저 얘기해주지 않아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자기에게 딱 맞는 물의 양을 스스로 찾기 마련이다. 뭐, 전쟁을 막고 전 인류가 평화롭게 지내는 방법 정도 되면 좀 다른 수준의 지혜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어떤 세대도 몰랐던 것 같고. - P19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TV에서 멀미약 광고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장거리 여행을 갈 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멀미약을 먹였고, 간편히 귀 밑에 붙이는 제품은 등장과 함께 큰 히트를 치기도 했다. 그때의 아이들은 지금보다 멀미가 훨씬 잦았을까. 물론 버스나 승용차의 승차감이 더 거칠기도 했겠지만, 고도성장기 이른바 ‘마이카 시대‘로 진입할 무렵, 우리는 다가오는 세상의 속도감이 낯설어 몸과 마음으로 멀미를 겪어냈던 것 아닐지. - P37

농구 경기 중간엔 시계가 시시때때로 멈추지만, 축구 경기 도중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 시간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이 흥미롭다. 인플레이가 아니면 유의미한 시간으로 세지 않겠다는 농구의 논리와, 시간은 좌우지간 흐르는 것이고 인플레이가 아닌 순간은 추가 시간으로 보상하겠다는 축구의 논리. 물론 실세계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고 나중에 보충해주지도 않지만, 때론 생각한다. 우리 삶에도 농구 혹은 축구의 방식으로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택할지. - P47

줄리엣은 점액질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로미오의 입술에 가만히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당신의 입술은 아직 따스하군요."
묘지 밖에선 야경꾼들과 캐플렛 부부, 영주와 아버지 몬터규가 아무것도 모른 채 다가오고 있었다. 바야흐로 베로나의 두 원수가문을 지구 위에서 완전히 소멸시킬 좀비 커플의 대폭주가 시작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 P73

‘마른하늘‘이란 말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표현 외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한자로는 청천벽력일 테니, ‘맑은‘에서 기역이 탈락하여 ‘마른‘이 된 예일 것이다. 그걸 알지만 굳이 마른하늘을 달리고 싶었다. 마치 날벼락처럼 번쩍이고 싶었다. 영화 <스타워즈>의 스카이워커보다 한발 더 빠른 스카이러너가 되고 싶었다. 이카루스가 밀랍날개 다 녹을 때까지 태양을 향해 날았던 것처럼, 설혹 두 다리 모두 녹아내린다고 해도 태양 가까이 날아 그대에게 가고 싶었다. 나의 희망이자 구원을 향해.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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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99가지 강박으로 보는 인간 내면의 풍경
케이트 서머스케일 지음, 김민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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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공포와 강박을 어느 정도 가지고 산다. 공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싫어하는 것은 있기 마련이다.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은 우리가 한 번쯤은 느껴보거나 들어보았을 공포증과 강박증을 망라한 책이다. 증상과 관련된 흥미롭고 재미있는 기록을 풀어주고, 당시 전문가가 진단한 병명과 처방을 이야기 해준다. 생긴 지 오래된 증상의 경우에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프로이트가 자주 등장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때가 있는가 하면, 전혀 관계 없다는 생각이 드는 증상까지도 성적 욕망과 결부시키는 경우가 꽤 있어서 오랜만에 경악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공포증과 강박증이 사회적 상황과도 연관이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즐겁게 읽은 부분으로는 곤충공포증, 비웃음 공포증, 휴대전화 부재 공포증, 발모벽, 불결공포증, 서적수집광, 저장강박증이었다. 나는 벌과 잠자리, 바퀴벌레를 무서워한다. 학창 시절 따돌림 받은 적이 있어 누군가의 비웃음에 민감하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다닌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발모벽이 잠깐 있었다. 물건 버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나에게 해당하는 내용들에 공감이 되어서 읽으며 재미있었다. 종종 유명인도 이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될 때가 있었는데, 해외 유명 인사들만 나오다가 갑자기 소지섭이 튀어나와서 약간 뜬금없었다.

 

  내지 중간중간 삽입된 약물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체라서 좋았다. 공포증과 강박증을 이야기하는 책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어린 시절에도 이런 책들을 호기심을 가지고 아주 재미있게 읽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 읽으니 그 당시보다는 재미가 덜 느껴져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나마 로알드 달의 글과 비슷한 느낌이 나서 읽으며 좋았다.

 

  내가 가진 공포증과 강박증이 궁금한 사람, 인간이 가진 집착들이 궁금한 사람, 로알드 달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정 대상을 피하려고 하는 강박이 공포증이라면, 광기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강박이다. - P13

오늘날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면 구체적이고 반사적인 행동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을 분석, 설명, 날조, 과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기억할 뿐만 아니라 공상도 하고, 인식할 뿐만 아니라 머리도 굴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온갖 공포증에 시달리는 이유다. - P52

레인은 우리가 남다른 기질과 별난 행동, 일상의 감정을 타당한 이유없이 의학적 문제로 다룬다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 P125

역사적 사건이 우리의 행동과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코로나19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줬다. 두려움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다시 말해 두려워한다는 것은 논리적이고 양심적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강박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 된 것이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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