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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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이름을 여기저기서 꽤 많이 들어보았다. 어떤 작품을 썼는지 궁금했던 참에 6월 하니포터 신청 도서에 신작이 있길래 골라보았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젤로의 변성기, 세네갈식 부고를 재미있게 읽었고, , , 마들렌도 재미있었다.

 

아포칼립스 장르 중에서 좀비물을 가장 좋아해서 재미있었다. 죽음의 속도와 아직은 남아 있는 인간성을 생각하며 읽었다. 괴질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천천히 굴러가는 남은 이들의 삶. 잠깐이라도 방심했다간 죽음으로 곤두박질치게 되는 위기. 그럼에도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동행인으로 삼는 주인공. 나는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의 결말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젤로의 변성기는 어느 성우의 이야기다. 아역의 목소리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큰 고충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해서 새로웠다. 성대에만 무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우 호르몬 영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살았다.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젊은 여성에 대한 중년 여성의 욕망이 새로우면서도 낯설었는데, 이 욕망이 20대 여성-50대 여성의 욕망인지, 10대 남성(의 자아)-20대 여성의 서사인지, 약간 혼란스러웠다.

 

, , 마들렌에서는 마들렌과 마들렌을 성추행한 작가에 대한 양가감정,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걱정과 스트레스로 ''는 그만 분열되어 버리고 만다. 특이한 설정에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래서, ''는 그 칼로 ''''를 어떻게 할 작정인 걸까.

 

뒤표지에 적힌 김초엽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 인물로 한참 살아본 것 같은 내면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뭐라고 단언하기 힘든 인물과 소설들에 대해 여전히 곱씹게 된다. 여성의 서사, 모성 이데올로기, 아포칼립스 좀비물, 여성의 욕망, 신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의식을 잃어가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쥐었으니 음주 운전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되면서까지, 목숨을 앗아갈 만큼 심한 1기의 통증과 고열을 견디면서까지 다들 어디로 가려 했을까. 곧 인간성이 만료된다는 것을 예감하면서도 끝내 가야 했던 곳은 대체 어디였을까. 뭘 하고 싶었을까. 누구를 만나려는 거였을까. - P36

그러니까, 영원히 열여섯 살 소년이기 위해 여자로서의 노화를 최대한 유예해야 했고 실제로 그러려고 노력해왔으니까, 이런 말을 한들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테고 이해받기를 기대하지도 않으니까 아무에게도 이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해하리라고 믿지만 그건 내게 직접 들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알아차려서야 한다. - P63

어머니가 이미 폐경을 맞았기 때문에.
대단한 망신을 당한 듯해 수진은 인사도 건성으로 하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뒤늦게 따라 나온 엄마를 보자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 P171

그 순간 무겁고 날 선 도끼가 정수리 한가운데를 빡 하고 내리치는 듯한 격통이 있었고 나는 따뜻한 피자가 치즈를 늘어뜨리며 갈라지듯 찌익, 쩌억 하고 둘로 나뉘었다. 마들렌의 눈앞에서. 아, 이런 식이었군.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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