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
헤르만 헤세 지음, 강민경 옮김 / 로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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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불가능의 벽에 부딪혔을 때 사람들은 무심코 기도하게 됩니다.

종교가 있든 없든 전지전능하며 신비로운 힘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겨나죠.

누군가는 신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도 하지만

세상엔 신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대문호가 쓴 믿음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모은 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나의 믿음]은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입니다.

그는 낭만주의자이자 자기 탐구를 거쳐 내면의 길을 찾아가는 작품들을 많이 발표했지요.

특히 외조부가 신학자로서 인도에서 활동하던 영향을 받았으며 나중에는 인도 방문을 계기로

불교에 심취하기도 했습니다.

[나의 믿음]은 그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불교에 빠졌다가 다시 기독교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그가 생각하는 믿음과 종교에 관한 고찰을 담은 짧은 글들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저자는 믿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무의미해 보이더라도 결국 삶에는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헤르만 헤세>


책은 저자의 믿음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모아 발표한 연대순으로 정리되었기 때문에

헤르만 헤세가 지닌 믿음에 대한 생각의 흐름이 잘 엿보입니다.

저도 한때는 기독교인이었다가 불교의 가르침을 배우다가 다시 그리스도인이 되었던

경험이 있던 터라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으면서도 여러 번 공감하였습니다.

특히 개신교에 관하여 그가 쓴 의견을 읽으며 100여 년 전에도 이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개신교 신학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가르칠 지식과 능력이 없어 아무것도 가르치지 못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깨달을 여지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내버려 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질주의적인 국가에 어떤 비판이나 저항도 하지 않고

돈 많은 자, 권력자, 지도자들에게 헌신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말하는 믿음> 中에서


작가는 믿음이전에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나갔습니다.

인간은 '영혼'이라는 존재를 믿으며 같은 인간에게서 영혼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죠.

영혼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며 그로 인해 타인은 고결하게 여긴다고 말합니다.

영혼은 모든 곳에 깃들어 있으며 사랑이자 미래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인간의 육신은 죽지만 영혼은 살아있기에 그 존재가 가야 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종교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간의 육신이 저지른 인과를 영혼이 응보 받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종교는 천국과 지옥, 극락과 윤회를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질문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영혼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계속 영혼을 멀리한다면 당신의 삶은 불안해지고

모든 것에 적대적이 될 것이라고.

계속 영혼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돌보지 않는다면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시간에 지쳐 행복해질 능력을 잃은 듯 보이는 이들은

결코 약하거나 무가치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선한 이들이자 미래의 싹이다.

영혼에 만족을 주지 못하고 거짓된 세상에 맞서 싸우기를

두려워하며 회피하지만 어쩌면 내일 다시 칼을 뽑아 들 사람들이다.

<영혼으로부터> 中에서


헤르만 헤세는 성경 속 한 문장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마태오 22:39)"를

평생 되새기며 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래서 타 종교도 배척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이웃의 믿음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 것이죠.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구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수단이라고 합니다.

헤르만 헤세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는 인간이 자신의 더 높은 가능성을 꿈꾸도록 하는 힘, 인간을 동물과 다른 존재로 만드는 힘이

바로 믿음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수천 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탄생한 이래 모든 종교는 외쳐왔습니다.

'서로 사랑하라!' 그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요.

신에게로 닿기 위해 독서와 사유의 길을 걸어왔던 헤르만 헤세도 말합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

믿음을 통해 혼란스러운 시대에 방향을 제시하는 [나의 믿음]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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