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 요시타카의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잠깐 나왔었다.

그렇게 빌리게 된 책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단편이라는 건 알고 있었고, 이런 식의 단편이 여러 편 실린 단편집인줄 알았다.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 문은 열지 않고, 이렇게 관심 가는 책을 무인대출로 보게 되니 예상 밖의 책을 빌리게 된다.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 단편에서 시작된 영화 시나리오 두 편이 실린 책이었다.

엥?! 형식은 익숙하지 않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성격인지라 일단 시작~

보다 보니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스모크> 1995년작으로 감독은 웨인 왕.

철업던 대학교 2학년 시절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며 영화를 열심히 보던 그 때.

브루클린의 우울한 분위기를 멋있다 여기던 그 때 봤던 영화다.

책을 읽으니 묘하게도 그 때 생각과 감각이 살아난다. 

브루클린의 시거 담배 가게를 운영하는 오기 렌과 그 가게의 손님인 작가 폴의 이야기가 담담하고 느리게 그려진다.

이 영화로 만나게 된 감독 웨인 왕과 작가 폴 오스터가 의기 투합해서 만든 <블루 인 더 페이스>

이 작품에서 작가와 감독의 역할은 최소로 하고,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주로 해서 만든 영화라 한다. 메인 스토리보다는 장면장면의 단편적인 상황이 주가 되는 듯 하다.


 더러운 거지가 브루클린 시가 상회 문 앞에 서 있다. 오기와 세 장외 도박꾼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그 거지는 차례로 그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4달러 95센트만 주시겠습니까? 벨기에 와플 하나하고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려면 그 돈이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 당장, 그걸 꼭 먹고 싶어요. 너무 먹고 싶어요.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벨기에 와플......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얹어서."

 나는 그의 분명함,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한계를 긋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 여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는 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구걸을 할지, 몇시간이 걸릴 지, 몇 날이 걸릴 지 모르지만, 그는 벨기에 와플을 얻게 될 것이다. 그 뒤로부터 <벨기에 와플>은 나에게 의미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인내와 한결같은, 백일몽과 쾌락의 추구, 인간 욕망의 어찌할 바 없는 변덕스러움에 대한 은유이다.


이것이 <블루 인 더 페이스>에 대한 요약이다. 다양함과 관용과 애정이라는 배경에서 펼쳐지는 낯설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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