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유로움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의미의 여유[餘裕]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또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 여유로움은 물질적인 면만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어 가고 있다. 누군가 “여유 있어 보인다.” 라고 넌지시 내게 건네면 ‘물질적인 바탕에서 주어진 편안함이 외부로 표출됐음.’ 이라고 인식되곤 한다. 내게 여유로움이란 정신적인 넉넉함을 의미하고 있지 않은지 오래다. 무엇이 이리도 각박한 상태로의 전환을 꾀하였던가.

[지금의 20대는 상위 5%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우석훈] 88만원세대 中-]

현재의 삶 자체가 여유로움 자체를 허락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시라도 남들보다 빨리 움직이고 공부해야 승자독식사회라 불리는 현재의 삶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그것마저 불확실하기에, 여유는 곧 사치라 각인되어진다. 소위 가진 자들에게만 허용되는 사치품. 그것이 여유가 가진 또 다른 의미가 되어가고 있는 내 현실과 모습이 삶을 숨쉬기 힘들만큼 조여 온다.
한 과녁에서의 승자는 단 한 사람 뿐임에도 획일화되고 편향된 삶에 대한 사고 방식이 모든 사람들을 한 과녁으로 활시위를 당기게 만들고 있진 않을까. 그것은 여유로움의 부재를 형성하기도 한다.

  그 여유로움에 대한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그곳으로의 초대를 허락한다. 그곳엔 넉넉한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달콤함은 각박한 일상에서의 탈피를 통해 더욱 그 농도가 짙어진다. 그곳에서의 탈피를 통한 작은 여유로움이 책[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를 통해 쩍쩍 갈라진 마음에 단비와 같이 다가온다. 또한, 그곳으로 부터의 여유로움이란 가진 자들만의 특권이 아닌 덜 가진 자, 소외된 자들에게서 비롯된 진정한 의미의 여유로움이다.

저자 류시화는 시집[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통해 수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인정 받았다. 책[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카스트제도로 유지했던 바라문교와 민간신앙 그리고 불교신앙이 혼합되어 발전한 힌두교의 나라, 인구보다 많은 신을 모시는 나라, 소가 판을 치는 나라, 그곳 인도에서 10여년간 여행하며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만들어진 저자의 감동적인 일화 모음집으로, 저자는 자신의 여행을 통해, 삶의 성찰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여유로움과의 만남으로 독자를 유도한다. 가벼우리 만큼 소박한 문체와 현실감 있는 저자의 표현력은 단 한장의 삽화가 포함되지 않은 책 속에서 그의 발자취를 따라 인도 곳곳을 함께 여행하고 있는 느낌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든 인간은 보이지 않는 밧줄로 스스로를 묶고 있지.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유를 찾는 거야. 그대는 그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게.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것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바로 그대 자신이야. 먼저 그대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결코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어. 난 이 사실을 20년 동안 그대의 귀에 속삭여왔네. 바로 곁에서 말야.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P69-

인도로의 발길을 옮기기 전, 저자 류시화는 지금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자신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아등바등 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여행사의 팜플렛과 같은 [인도로 여행오세요!!]가 아니다. 그는 삶이 주는 버거움, 각박함이란 곧 나에게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려주고자 한다.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자아와의 만남과 대화, 이들을 통해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의 자유여유다. 그것은 먼 타국으로의 여행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것이 아닌 나에게로의 여행을 통해 얻어지는 자유와 여유인 것이다.

"모든 것은 당신 자신의 업 이예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일인 걸 내가 어쩌란 말인가요. 어쨌든 현실의 결과를 받아들여야지요." - "노 프라블럼 (No Problem)" 릭샤꾼 차루<빈자의 행복> P16

[내일]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동등한 기회가 아닌 각자 스스로가 만들어야할 대상이다. 영어의 미래시제 [will]이 단순한 미래가 아닌 주어의 의지를 나타낸다는 것 역시 내일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생각해 보게 한다. 지나간 과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릭샤꾼 차루 또한 내게 말한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No 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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