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차 웅진 우리그림책 38
김준철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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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차가 온다!'

동네어귀 부터 방귀차가 뿜는 매캐한 소독연기 냄새,

주인공에게는 가슴이 쿵쿵 뛰는 향기로운 냄새다.

옆동네를 돌고 돌아 기름집을 지나 서울상회, 삼거리 아재의 슈퍼, 터널 까지 

주인공은 달린다.

하얀 소독차 연기 속에서는 미워하는 마음도 싫어 지는 마음도 

너와 나를 구분 짓는 마음도 사라지길 바라는 주인공은

혼자 남겨 질 때 까지 방귀차를 따라 달리고 또 달린다.


<방귀차>는 독특한 그림책이다.

김준철 작가의 연출과 그림체 때문이다.

<방귀차> 의 글은 1인칭 독백체로 누구와도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 없다.

화자인 주인공은 소외된 자로  이야기의 중반을 훌쩍 넘은 지점에서야  등장한다.

작가가 주인공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배제하려고 한 이 연출은 

나의 마음을 뜨끔하게 했다.

나와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에 대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거부감, 

나도 주인공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을 사람들 과 다르지 않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작가는 나에게 질문한다.

"너는 이 아이를 보니 어떤 마음이 들어?"


<꿈틀>은 물감을 듬뿍 묻힌 붓으로 자유롭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그려냈는데

 <방귀차>는 크레파스로 그려낸 그림 일기 같다.

방귀차의 주인공이  그린 일기를 보는 나는 

아이의 아픔과 간절한 희망을 훔쳐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그러나 단순한 연민 만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을 펼쳤을 때 나 또한 주인공처럼 내일의 방귀차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으니까.

화려한 기법 없이 거의 크레파스 하나로 승부를 낸 작가는

주인공이 바라보는 동네 풍경을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주인공 아이가 자신을 둘러 싼 세계를 어떤 마음으로 봤을 지 느껴진다. 

김준철 작가의 그림은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원시적인 생명력과 솔직 담백함,

삶의 리얼리티가 녹아 있다.


김준철 작가의 새 책을 빨리 만나고 싶다.

건강하세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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